‘간통죄=위헌’ 피할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가

입력 2011-08-12 17:44


“간통죄는 이미 배우자의 복수 수단으로 전락했다.”

2008년 1월 간통 혐의로 기소된 탤런트 옥소리씨가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주장한 말이다. 그러나 그해 10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합헌’이었다.

3년 만에 간통죄가 다시 위헌심판대에 올랐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임동규)는 8일 직권으로 간통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1990년, 1993년, 2001년에 이어 2008년까지 4번의 심판에서 간통죄의 합헌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사회 환경과 국민 법 감정 변화에 따라 간통죄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헌재 재판관 다수가 동의하고 있어 위헌 결정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혼인빙자간음죄는 2년 전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1·2차 심판…6대 3 합헌=헌재는 1990년 9월 형법 241조 간통죄에 대한 첫 번째 심판에서 6대 3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간통죄 규정이 헌법 10조 개인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면서도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 유지, 가족생활 보장, 부부 간 성적 성실의무 수호, 사회적 해악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간통을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간통죄 규정이 남녀 구분 없이 처벌토록 한 만큼 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조규광 초대 헌재소장은 보충 의견에서 “간통죄는 범죄적 반사회성을 띠고 있다”며 강경한 의견을 냈다. 위헌 의견을 낸 한병채·이시윤 재판관은 간통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합헌이지만 징역형으로만 처벌토록 한 형벌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93년 3월에 있던 2차 심판은 1차 때의 결정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심리를 맡은 재판관 9명 중 8명이 1차 때와 동일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3차 심판…8대 1 합헌=2001년 10월 세 번째 심판에서 헌재는 압도적인 8대 1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한국 간통죄의 연혁까지 결정문에 담았다. 결정문에 따르면 고조선의 8조법에도 간통죄가 존재했다는 견해가 통설이며, 최소한의 국가체제가 유지된 2000년 이상 간통죄는 형벌로 처리됐다. 53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형법을 제정할 때 남녀쌍벌주의와 친고죄로 하는 안이 격렬한 찬반 대립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3차 심판에서는 간통 폐지 여부에 대한 입법적 검토를 촉구한 것이 특징이다. 헌재는 “입법자로서는 간통죄가 세계적으로 폐지 추세에 있고,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며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간통죄 폐지론의 논거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4차 심판…4대 5 합헌=2008년 10월 헌재는 합헌 4, 위헌 4, 헌법불합치 1의 의견으로 다시 합헌 결정했다.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에 1명이 모자라면서 간통죄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 중 김종대·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이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송두환 재판관은 “간통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합헌이지만, 법정형으로 징역형만 규정한 것은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간통죄 위헌심판 최초로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김희옥 재판관은 “간통 유형 중 단순히 도덕적 비난에 그쳐야 할 행위까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5차 심판…위헌? 합헌?=현재 2008년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그대로인 반면 합헌 의견을 낸 4명 중 이공현·조대현 재판관은 퇴임했다. 재판관들이 기존 의견을 유지하면 위헌이 4대 2로 앞선 상황이다. 지난 2월 취임한 박한철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간통죄 관련 질문을 받고 “이상과 현실의 조화 문제로 단선적 결론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고, 이정미 재판관은 그 다음 달 청문회에서 “만약 폐지되더라도 여성과 자녀 보호 방안은 마련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재판관의 후임에는 진보 성향의 조용환 변호사가 민주당 추천을 받아 후보자가 됐지만 임명이 유보됐다.

헌법 학자들은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도 간통의 허용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처벌되지는 않지만 윤리적·도덕적 비난의 대상이자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이혼, 재산분할, 위자료 등 손해배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