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기독교 윤리란 무엇인가
입력 2011-08-12 17:41
세계윤리와 기독인 사명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유럽 재정위기로 번지며 세계 경제질서를 다시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연일 세계 주가가 끝 모르게 폭락하는 가운데 국제 금융시장 신용 경색이 본격화되고 실물경제까지 위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세계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충격을 가까스로 넘긴 경험이 있다. 그러나 채 3년도 안 돼 다시 제2의 세계 금융위기를 맞이하지 않을까 하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역시 이번 재정위기의 충격을 적지 않게 받을 것 같다. 아시아 증시의 동반 하락에 이어 국내 증시도 연일 급락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대탈출하는 사태가 이어지는 중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넋을 잃고 시장상황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화채권 신용부도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경제상황이 급속히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세계 경제질서가 안정감을 잃고 계속 혼돈을 거듭하는 것일까? 이는 세계경제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의 재정악화가 근본원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들어선 오바마 미국 정부는 강도 높은 금융시스템 개혁을 통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여전히 미국은 신자유주의 경제 기조를 견지하면서 시장의 자기조절 능력을 과신하며 국가의 기능을 최소화했다. 저율의 저축이자 배당, 수백억에 달하는 외채로 세계 최대의 채무국으로 변모한 뒤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재정 불건전성으로 인한 국가 신인도 추락이라는 수모를 자초하고 말았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이념 아래서 윤리적 능력을 상실했다. 월가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정치가들과 합세해 “부자가 되라. 빚내서 쓰고 즐기라”는 슬로건 아래 미국을 무기력하고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국가로 만들었다. 이기주의적 정치, 무차별한 탐욕, 증권거래소의 도박 심리, 소수 부유층의 과소비, 지배 특권층에 대한 지나친 특혜가 국가적 경제 파탄을 야기했다. 이는 단적으로 미국이 고도의 윤리성을 저버린 결과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의 윤리적 위기를 지적하고 인류 전체를 위한 윤리의 불가피성을 제기한 목소리가 이미 90년대 초반에 있었다. 독일 신학자 한스 큉의 ‘세계윤리(Weltethos)’가 그것이다. 그는 “세계윤리 없이는 인류의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설파했다. 세계윤리는 전체 인류를 위해 구속력을 가진 보편적 윤리다. 국가 간의 차이를 노출시키거나 핵심적인 내용에서 서로 모순되는 윤리가 아니고 세계 전체 삶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윤리이다.
한스 큉은 기독교가 세계윤리를 위해 공헌하려면, 윤리적 자기반성과 윤리적 삶을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증오의 삶을 혁파하며, 전쟁을 정당화하지 않고, 권력과 부의 탐욕을 버리고, 자기중심적 우월주의를 포기하고,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올곧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선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구국기도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영적인 회개만이 아니라 현세적 삶의 부도덕한 패턴을 세계윤리적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미국의 기독교인, 또 우리나라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시대적 사명이 바로 그것이다.
강병오 교수 (서울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