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벧엘교회 정초자 목사 목회 스토리] 절망서 찾은 빛… 여성목사 이름으로 중형교회 일구다
입력 2011-08-12 17:42
한국교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70% 이상이지만 여성 목사는 1%도 안 된다. 여성 목사를 인정하는 교단은 기감과 기장, 예장 통합, 기성, 기하성, 군소교단 정도다. 그나마 예장 통합(1996년)과 기성(2004년)은 최근에서야 그 길이 열렸다. 1만1350여개의 교회를 자랑하는 예장 합동은 아직도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절대적인 열세 속에서도 중·대형 교회를 일군 여성 목회자들이 있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 이경은 진주초대교회 목사, 이희수 시흥 군자대현교회 목사, 소에스더 우리제일교회 목사, 정초자 원주 벧엘교회 목사 등은 남성 목회자 못지않게 건강한 목회를 일구고 있다. 이 중 정 목사는 수도권이 아닌 농촌 마을에서 중형 교회를 일궜다는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도 횡성 출신의 정 목사는 남편 심춘섭(71) 장로와 1965년 결혼했다. 유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결혼과 동시에 불교로 개종하게 된다. 공무원인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다가 71년 3월 인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
“셋째를 낳고 나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요. 이유도 없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결국 누워 버렸어요. 원주 기독병원을 찾았는데 글쎄 백혈병으로 길어야 20일밖에 못산다는 겁니다. 세 아이를 낳고 저 세상을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져요. 그런데 동네 교인 중 한 명이 찾아와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기도원을 찾게 됐어요.”
교회 문턱도 밟아본 적이 없는 정 목사가 간 곳은 원주 원동 남산기도원이었다. 화장실도 못 가고 꼼짝없이 누워 있던 그의 눈에 방언을 하고 부르짖는 80여명의 성도들은 영락없이 정신병자처럼 보였다. ‘미친 사람들처럼 뛰고 아주 난리를 치네. 머리가 다 쭈삣거리네.’ 이렇게 생각했다.
기적은 1개월 만에 나타났다. 남창희 기도원 원장이 안수기도를 하는데 온몸이 후끈거리더니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7시간가량 굴러다닌 것 같아요. 그렇게 손과 발을 제외하고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었어요. 근데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된 겁니다. 성령의 불을 받은 거죠.”
기도원 입소 3개월 만에 정 목사는 질병이 완치되는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체험하고 문막감리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철저한 새벽기도와 철야기도, 주일성수, 십일조 생활로 출발했다. 말씀과 기도의 열정은 그를 신학교로 이끌었다. 결국 78년 서울 중화동 평양신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이어 서울 홍은동 총회신학원을 졸업하고 86년 11월 1일 강원도 원주시 문막리 자택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처음부터 교회가 되고 안 되고는 걱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담임목사님이고 나는 부목사인데 뭐가 걱정입니까. 나는 그저 주님의 심부름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설교 도중에 귀신이 떠나가고 병이 낫는 역사가 일어났다. 예배 처소를 방에서 돼지 축사로 옮겼다. 그리고 1년8개월 만인 88년 6월 250여명의 성도들과 함께 창립예배를 드렸다. 98년에는 1500석 규모의 현재의 5층 예배당을 완공했다.
개척부터 교회가 일관되게 지키고 있는 것은 자정예배다. “문제가 생기면 주님이 응답하실 때까지 골방에서 무릎으로 나아갑니다. 사실 목회는 쉬워요. 주님이 주시는 말씀을 받기 위해 성경책과 메모지, 연필을 갖고 나아가면 되거든요. 내가 하려고 하면 어려워요. 문제가 앞을 막으면 밀고 나가고 그래도 안 되면 돌아가고 그래도 안 되면 기도로 뚫고 가면 되지 않습니까. 많은 목회자들이 부흥을 꾀한다고 세미나를 찾아다니던데 그 시간에 더 기도하고 말씀을 봐야 해요.”
출석 교인은 400명가량 된다. 원주 시내와 여주, 성남, 남양주, 서울 등 각처에서 온다. 한유월(49·여)씨는 “정 목사님은 신본주의 목회자로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나님만 바라보고 목회한다”면서 “성도들이 순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했다. 한씨는 “그렇기 때문에 남자 목사님보다 담대하고 스케일도 크다”면서 “목사님 말씀을 듣고 순종하면 고난 속에서도 늘 전화위복을 경험한다”고 귀띔했다.
최성우(39)씨는 “메시지에서 영적 파워가 대단하다”면서 “죄의 부분을 깨우치면서 성결을 강조하시는 목사님의 목회 철학이 참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육인영(58·여)씨도 “목사님은 목자로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헌신과 사랑이 정말 대단하다”고 자랑했다.
원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