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축銀 조사특위, 편법 쓸 생각 버려라

입력 2011-08-11 19:43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에서 “국민성금으로 피해 보상금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박 장관은 의원들이 대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치자 “국민의 따듯한 마음을 모으는 것, 현재로서는 성금 이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박 장관을 힐난했다.

박 장관이 피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성금을 거론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예금은 6000만원까지 전액 보상하고 후순위채도 보상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편법 보상을 주장한 국정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이 박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저축은행 예금은 일반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1% 포인트 가량 높다. 특히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후순위채는 저축은행이 부도날 경우 돌려받을 때 순위가 뒤로 밀리는 고위험 상품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이 자기 책임 하에 투자를 결정하는 상품인 것이다.

외환위기 때도 보상 순위가 밀리는 채권을 보호한 전례가 없다. 정부는 1997년 대우채펀드 피해 보상을 검토했다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법체계를 뒤흔들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현재 98개 저축은행의 예금 가운데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 규모는 4조원, 후순위채는 1조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금보호 한도에 예외를 둔다면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대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형평성 논란, 위헌 가능성, 금융시장 질서 훼손, 국가 신인도 하락 등 부작용이 큰 국정조사특위의 피해 보상 방안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특위가 특별법안을 제출하더라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는 이 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국회가 특별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기 바란다. 한나라당은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배상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 방안도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정치권 주장대로 정부 책임이 있다면 사법부에서 판단해 손해배상 여부를 가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