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립유공자 후손 13명에 국적 부여로 보답하다

입력 2011-08-11 19:19


“할아버지가 그토록 독립을 원하셨던 조국 땅에서 13년간 불법체류자로 쫓기며 살아왔지만 이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돼 매우 기쁩니다.”

11일 대한민국 국적을 받은 독립유공자 이근수 선생의 손자 이찬희(62)씨는 국적을 취득하기까지 힘들었던 생활을 되뇌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근수 선생은 1911년 한·일 강제병합에 항거, 중국 서간도로 이주해 한인학교에서 항일의식을 고취했다. 또 1919년 서로군정서 이상룡 총재로부터 조선특별파견원으로 국내에 파견돼 군자금을 모집하고 모험청년단을 조직, 일제의 주요 시설물을 폭파하려다 체포돼 옥고를 치르던 중 1924년 순국했다.

이씨는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선양(審陽)에서 생활하다 1994년 10월 한국에 연수생으로 입국했으나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그는 “아버지가 어느 날 저와 형제들에게 ‘훗날 남북통일이 되면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역사를 찾아봐라’고 했다”며 “그날 이후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자긍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1919년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평북 일대에서 3·1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김병조 선생의 외증손 김문화(46)씨와 문길(43)씨도 국적을 취득했다. 1907년 홍범도 장군과 의병을 일으켜 항일투쟁을 전개하다 1939년 순국한 차도선 선생의 외고손 정철군(28)씨와 용군(24)씨도 국적증서를 받았다.

법무부는 이날 광복절을 맞아 독립유공자들의 애국심을 기리기 위해 그동안 중국 국적으로 살아온 독립유공자 후손 13명에게 국적증서를 수여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