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밤샘 협상…입장차 좁혀

입력 2011-08-12 01:26


낙농농가와 우유업체들이 원유(原乳) 가격을 놓고 벌인 밤샘 협상을 통해 입장차를 좁히고 있어 12일 새벽 극적 합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양측은 서울 양재동 낙농진흥회 사무실에서 11일 오후 2시부터 자정을 넘기며 협상을 벌였다. ℓ당 160원 인상을 주장했던 낙농농가들은 155원 인상으로 물러났고, 우유업체들은 기존 120원에서 123원까지 올릴 수 있다고 양보했다. 협상장 주변에선 실질적으로 139원선에서 절충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양측의 협상은 지난 6월 21일부터 50일 넘게 진행됐다. 협상이 타결되면 원유 공급이 재개돼 ‘우유 대란’은 피할 수 있지만 우유 소비자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낙농농가가 이틀째 우유업체에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서 우려했던 우유 품귀현상이 현실화됐다. 소비자들은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사재기도 할 수 없어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유업체들은 우유 및 유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하루에 원유 700∼800t을 공급받는 남양유업 관계자는 “원유 비축량이 동나 우유 생산이 거의 안 되고 있다”며 “일선 매장에 공급하는 물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비교적 사정이 좋은 서울우유도 일선 매장에 “원유 공급가격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12일에는 우유 공급이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대형 마트와 동네 슈퍼는 우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홈플러스 영등포점 관계자는 “평소 공급량보다 10∼20% 적게 진열대에 놓고 있다”면서 “오늘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원유 공급 중단이 계속된다면 수일 내 마트에서 우유가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의 우유 판매 코너에는 손님들이 몰렸다. 우유가 아예 동나지는 않았으나 인기 제품이 다 팔렸는데도 물량이 채워지지 않았다.

양로원과 고아원 등 사회복지시설도 우유 대란이 올까봐 마음을 졸였다. 중증장애 아동과 노인을 위한 서울 상계동 한 복지원 관계자는 “일반 우유를 후원해 주는 회사로부터 12일부터 유통기한이 길고 영양소가 많이 파괴된 멸균우유를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시설 거주자들 중 몸이 아픈 사람이 많아 신선한 일반 우유가 많이 필요한데 공급받지 못한다고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낙농업계와 우유업계의 협상이 타결된 뒤 우유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직장인 이동수(38)씨는 “집에 아이들이 있어 우유를 안 마실 수도 없는 처지여서 우유값이 오르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권지혜 진삼열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