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소년도 약탈 가담… 英 충격

입력 2011-08-11 21:56

영국 폭동이 우려하던 시민 간 충돌로 번졌다. 영국 폭동 가담자가 예상과 달리 백인, 어린이까지 다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영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부딪힌 시민들, 희생자 발생=폭도들로부터 지역을 지키겠다며 나섰던 남아시아계 무슬림 청년 3명이 10일(현지시간) 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이번 사태는 인종 문제와 무관하다”며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성난 사람들은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버밍엄 지역은 예전부터 인종갈등이 폭력적인 양상으로 표출된 적이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이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경찰 예산 삭감 계획이 비판을 받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향후 몇 년에 걸쳐 경찰 예산 중 20억 파운드를 삭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폭동 대응 과정에서 경찰의 무능이 도마에 오르면서 이 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예산을 줄여도 경찰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앞으로 비슷한 폭동이 생겼을 때 무방비에 노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경찰 예산 삭감안에 대해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한편 13일 열릴 예정이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토트넘과 에버턴의 경기는 추가 폭동에 대한 우려로 연기됐다.

◇11세 아이도 약탈에 가담=영국 경찰은 이날까지 805명을 체포하고 그중 251명을 기소했다. 법정에 출두한 사람들의 면면은 예상과 달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빈부격차로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이번 폭동을 저질렀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부유층, 대학생, 어린이 등이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연령대도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절박함이나 절망하곤 거리가 먼 열한 살 소년도 약탈에 가담했다 법정에 섰다. 이 소년은 지난 8일 폭동 때 50파운드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를 인정했다. 제임스 핸더슨 판사는 당황한 모습으로 “열한 살은 범죄자가 되기에 너무 어린 나이 아니냐”며 고개를 저었다.

5000파운드가량의 가전제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로라 존슨(19)은 켄트주 오핑턴 지역에서 테니스코트가 딸린 저택에 사는 부유층 자제다. 명문학교를 다니고 있고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하다.

이 밖에 초등학교 근로자, 유기농 음식점 주방장, 오페라극장 관리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폭동과 약탈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사회가 부분적으로 병든 모습”이라며 비판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가 영국인 25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만이 정부의 긴축재정이 이번 폭동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42%는 범죄행위, 26%는 영국 내 갱문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