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에 아들잃은 시인 평화기원 도보행진 감동

입력 2011-08-11 19:09

폭력으로 점철된 멕시코 ‘마약과의 전쟁’에 뛰어든 한 시인의 평화 행진이 멕시코를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폭력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끝낼 때”라고 주장하는 이 시인의 행보에 유명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다고 스페인 EFE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멕시코에서는 2006년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4만명이 숨졌다. 정부군의 마약 조직에 대한 공격이 거세고, 마약 조직 간의 싸움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시인 하비에르 시실리아가 이 평화행진을 시작한 계기는 지난 3월 마약 갱단에 의해 아들을 잃으면서다. 시실리아의 아들 후안 프란시스코(24)는 지난 3월 27일 친구 6명과 함께 한 차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아들이 죽은 후 시실리아는 시작에서 손을 떼고 거리로 나왔다. 정부의 마약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정의와 존엄의 평화운동’ 대행진을 시작했다. 정부 정책이 오히려 폭력을 부추기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5월 그는 멕시코 중부 쿠에르나바카에서 멕시코시티까지 80㎞를 4일간 도보로 행진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20만명의 시민이 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실리아는 13일 멕시코시티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멕시코 유명 영화배우 디에고 루나를 포함해 많은 영화·연극인과 감독, 소설가 등 예술인 수십명이 함께한다.

이들은 ‘마약과의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의미로 낡은 신발을 거리에 벗어두는 추모 행사도 벌이기로 했다. 같은 날 멕시코 내 31개 도시에서 각각 집회가 계획돼 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