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에 신음하는 사이… 돈, 펀드로 몰린다

입력 2011-08-11 18:37


주가 급락을 타고 펀드시장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천장이 없다’며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상회하던 상반기에 증시 진입 부담을 느꼈던 자금들이 급락을 틈타 일제히 자산운용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전문가들도 직접 투자보다는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간접 투자를 권유하는 상황이다.

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 최근 1주일간 1조79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1주일간의 펀드 자금 유입은 지난 2일부터의 코스피지수 폭락이 반영된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반등을 예상한다면 성장형 주식 펀드의 비중을 높이고, 안정적 수익을 위해서는 절대수익 추구형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성장형 주식펀드 매력 높다=성장형 국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높이라는 조언이 조심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다른 주요국들의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반등을 한다면 그만큼 더 탄력 있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5%)나 대만 가권지수(-11%), 일본 닛케이지수(-8%)보다 큰 폭인 1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분할 매수하고, 해외 선진국 펀드는 점차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급락 기간 중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다른 나라들보다 유독 좋지 않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최근 1주일간 -14.68%의 평균 수익률을 보인 반면, 같은 기간 일본 펀드는 -8.05%, 중국 본토 펀드는 -3.36% 정도만 하락했다. 심지어 세계적인 금융 패닉을 직접 일으킨 미국 펀드마저 -8.8%의 수익률로 국내 주식형보다 선방한 상태다.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대외 여건이 개선되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며 “대형 우량주의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성장형 펀드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안정적 ‘절대수익 추구형’ 선택해야=주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를 선택하라고 권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주식과 무관하게 현·선물 차익거래전략(고평가 매도, 저평가 매수)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중립형’ 펀드, 주식 등 위험자산 편입 비율이 평균 15% 이하로 운용되는 ‘채권알파형’ 펀드 등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특히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들은 최근 급락장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1주일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5%까지 떨어질 때, 시장중립형 펀드 35개는 -3.62%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채권알파형 펀드 186개의 수익률은 -0.68%였다. 주식 폭락에도 불구하고 거의 손해를 입지 않은 것이다.

동양종합종금증권 백지애 연구원은 “최근 같은 급락장에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수익률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채권 편입 비율이 높은 절대수익 추구형은 기대수익률이 높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