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2차 환율전쟁 오나… “통화 방어” 각국 초비상

입력 2011-08-12 00:49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신이 미국에서 대서양 건너 프랑스로 향하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돈이 물린 프랑스 은행의 신용위험이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이 불거졌다.

이와 함께 미국이 꺼내든 ‘최소 2년간 제로금리(0~0.25%) 유지’ 방침으로 인해 미 달러값이 하락하고, 주요국들이 그 반작용으로 높아진 자국통화 가치 낮추기에 돌입하자 2차 환율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76.4엔까지 떨어져 엔화값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달러당 76.25엔)에 근접했다.

중국 위안·달러 환율도 달러당 6.3991위안을 기록, 위안화가치가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날 스위스 프랑도 장중에 달러당 0.7068프랑까지 떨어지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13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반응이다. 초저금리가 계속되면 미국 내 자금이 안전자산이나 신흥국 등으로 몰리면서 각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게 된다. 게다가 유럽 재정위기와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설 탓에 투자자들은 달러를 유로화 자산으로 바꾸기를 꺼리고 있는 현상도 이를 부추긴다.

바클레이 캐피털의 마사후미 야마모토 수석통화전략연구원은 AFP통신에 “환율시장 개입이나 통화공급 조치가 없으면 달러 대비 엔화값은 2차대전 이후 최고치를 달성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국은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돼 전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4일 약 4조5000억엔을 투입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스위스도 3일 기준금리를 0∼0.25%로 낮춘 데 이어 10일 달러화와 유로화에 비해 고평가된 스위스 프랑화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며 직접 개입까지 서둘렀다.

이러한 움직임이 거세져 신흥국까지 옮아가면 전 세계 환율전쟁 2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차 환율전쟁은 2008년 금융위기로 지난해 미국이 두 차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자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벌어졌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등 신흥국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 고삐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각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면서 통화전쟁이 예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아진 양지선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