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통화 강세 스위스, 시장 개입… 中, 위안화 절상 용인 분위기

입력 2011-08-11 22:06


제2의 환율전쟁은 일어날까. 가능성이 제기된 건 최근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스위스 프랑화와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부터다. 미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를 막으려는 양국 정부의 몸부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차 환율전쟁이 지난해 미국의 1, 2차 양적완화 시행으로 불거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간의 갈등으로 시작됐다면 이번엔 스위스와 일본 등 선진국들이 그 싸움에 가세하면서 더 복잡한 양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여부다. 시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화를 찍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 달러가 늘어나는 만큼 달러화 가치는 하락한다. 또 달러를 이탈한 투자수요가 안전한 대체투자처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저금리로 조달된 달러화 자금은 투자 매력이 큰 신흥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해당국의 통화 강세를 부추긴다. 통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결국 지난해 전 세계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환율전쟁을 벌이게 된 이유와 같은 상황이 벌어져 제2의 환율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160억 달러 규모의 감세조치를 취하고, 헤알화 값 급등으로 고전하는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남미 지역 재무장관들은 이달 내에 환율 방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등 긴축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최근 들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절상을 은근히 용인하는 분위기여서 주목된다. 그간 인플레이션 방어에 고심해온 중국으로선 9%대 중반을 상회하는 경제성장률 호조세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여기에다 일각에선 달러화 약세상황을 이용해 위안화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진국 간 환율경쟁의 틈바구니에 금리 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한국, 브라질, 필리핀, 태국 등이 자국통화의 강세를 차단하기 위해 시장개입을 더욱 자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각국이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통화가치 절하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