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은퇴한 최홍준 부산 호산나교회 원로 목사 “훌훌 털고 물려주니 홀가분”
입력 2011-08-11 21:31
최홍준(66) 목사는 참 편해 보였다. 그의 앞에는 이제 ‘부산 호산나교회 원로 목사’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지난달 24일 청소년 사역자로 유명한 홍민기 목사가 최 목사 후임으로 호산나교회에 부임했다. 한 사람이 가고 새사람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바친 곳에서의 떠남은 언제나 아련할 것이다.
최근 호산나교회 담임목사실에서 만난 최 목사는 “섭섭한 마음이 하나도 없다. 정말 홀가분하다”고 했다. 그는 정말 편안한 모습이었다. 담임목사실은 깔끔했다. 전망이 좋았다. 2006년 부산 하단에서 명지동으로 교회를 이전하면서부터 최 목사가 사용한 공간이다.
“새 성전에 들어오면서 마음속으로 ‘2010년에는 이 자리를 깨끗하게 물려 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어느 곳 하나 정을 주
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훌훌 털고 떠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잠시 ‘빌린’ 담임목사실에는 최 목사의 책 등 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2월 1일 공식 은퇴했다. 2000년 장로들에게 했던 ‘65세 조기 은퇴’ 약속을 지켰다. 당시 그는 ‘목양 장로’ 사역을 위해 장로의 시무 연한을 65세로 제한키로 하면서 자신도 65세에 조기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목회를 하면서 그는 한국교회의 문제가 목사와 장로 간 불화에서 기인한 점이 크다고 판단했다. 수많은 교회들이 양측의 갈등 때문에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성경을 통해 장로의 역할을 생각해 보았다. 장로는 교회 행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목회자와 함께 ‘양들을 치는’ 즉 목양하는 사역자였다. 최 목사는 장로가 목회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때 행복한 교회가 되며 한국교회 부흥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장로,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란 책을 펴낸 그는 은퇴 이후에도 목양 장로 사역을 널리 펼치는 일을 할 계획이다. 이미 7차례 세미나가 끝났다. 조만간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8차와 9차 목양 장로 세미나를 인도한다.
최 목사는 대학 졸업 이후 회사원과 소규모 기업 대표로 지내다 35세에 부르심을 받고 신학교에 입학했다.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사람들을 길러 내고 싶었다. 어느 날 서울 장위동의 한 교회 대학부에서 왕성한 사역을 펼치던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이제는 고인이 된 옥한흠 목사였다. 미국에서 돌아와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옥 목사는 최 목사에게 함께 사역할 것을 권했다. 한두 차례 거절 끝에 그는 1980년 사랑의교회에 합류했다. 7년 동안 옥 목사와 동역했다.
“옥 목사님은 제자 훈련에 목숨 건 분이셨어요. 사람들을 훈련시켜 그리스도의 제자 삼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그분을 통해 배웠습니다.”
86년에 그는 호산나교회의 전신인 부산 새중앙교회의 청빙을 받았다. 당시 300여명이 출석하는 전통교회였다. 망설이는 그에게 옥 목사는 “전통교회에서도 제자 훈련 사역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임 이후 최 목사는 성실하게 제자 훈련 사역을 펼쳤다.
불교세가 강한 부산은 크리스천 비율이 전 인구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교회마다 “부산에서는 전도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었다. 최 목사는 거꾸로 생각했다. 10명 중 9명이 비신자라는 사실에서 역설적 희망을 발견했다.
“부산은 선교지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도 대상자입니다. 꾸준히 전도해 제자 훈련을 시키면 부흥이 옵니다. 부흥의 주체는 하나님이시니까요.”
지금 호산나교회는 출석 성도 6500여명, 연간 예산 140여억원의 대형 교회가 됐다. 제자 훈련을 통해 부산에서도 부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라는 고 옥 목사의 당부가 이뤄진 것이다.
최 목사는 목회를 ‘생명을 낳고 기르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에 따르면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의 비전을 갖는 것이다. 목회자는 끊임없이 ‘하나님 중심인가, 내 중심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야망 메이커’가 아니라 참다운 주님의
‘비전 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최 목사는 강조했다.
목회를 하면서 그가 항상 염두에 둔 것이 있다. 어느 날 주님을 만날 때, “너 뭐하다 왔니?”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도 그는 그 대답을 하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부산=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