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오바마-버냉키 황급히 만났지만… ‘묘안’은 없었다
입력 2011-08-11 18:50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금융시장은 일제히 백악관을 쳐다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경제 수장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모아 긴급 경제대책 회의를 가졌다. 긴급 회의는 연준이 2013년까지 초저금리 유지 방침을 밝힌 뒤 하루 만에 열리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뉴욕 다우지수는 전날 급등에 이어 다시 불안정한 장세를 보이고 있던 때다. 시장에서는 추가 경기부양 대책이 발표될 수 있다는 기대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의식해서인지 백악관은 회동 자체에 대한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았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수장들과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과 함께 일자리 창출, 장기적 재정적자 축소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유럽 금융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공식 회의가 아님을 강조하며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버냉키 의장의 만남은 지난 1월과 7월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다. 두 사람의 회동 이후에도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는 금융 불안을 해소할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금융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재정적자는 3년 연속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재무부는 9월 30일 종료되는 올해 회계연도의 재정적자가 7월 말 현재 1조100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지난해 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1조2900억 달러였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 예산처는 올해 재정적자를 1조4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실업률은 여전히 9.1%의 높은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 및 경기회복 둔화 현상이 이어지자 미국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여론이 늘고 있다. 로이터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가 공동으로 지난 4∼8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바른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는 21%에 지나지 않았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응답은 73%였다. 이는 경기회복 둔화 등 경제 여건이 더욱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47%가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고 대답해 미국인 절반 정도가 향후 경제 상황을 지금보다 더 암울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