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문화로 풀어낸 곡식 생태도감
입력 2011-08-11 20:44
내가 좋아하는 곡식/글 이성실, 그림 김시영 /호박꽃
부모는 좋아하는데 애들은 고개를 젓는 장르 중 하나가 생태도감이다. ‘뭐든 배우겠지’ 싶어 엄마들은 자꾸 사다 안기는데 정작 독자인 아이들은 시큰둥하다.
이야기책은 좋아하지만 생태 쪽에는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곡식’을 권해보면 좋겠다. 풀과 나무는 자연이지만, 음식으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문화다. 곡식은 풀이니 자연이지만 찧고 빻아 입에 들어가는 순간 문화가 된다. 자연과 문화의 경계에서 이 책은 생태와 음식 문화, 역사까지 담아냈다. 정보와 재미, 세밀화의 질까지 엄마와 아이가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책이다.
쌀, 밀, 옥수수, 콩 등 세계인이 먹는 곡식 14종을 차례로 소개했다. 생태 정보와 문화는 1대 2 정도 비율로 배합됐다. ‘옥수수’ 편은 왼쪽에서 옥수수 생김새와 열매 맺는 과정을 알려준 뒤 오른쪽에서 팝콘 튀기는 과정과 뻥튀기 기계에서 강냉이가 튀어 오르는 그림을 보여준다.
‘게으르기가 땅콩 같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는 혹시 아는지. 땅콩이 밤마다 잎을 접었다가 한낮이 돼서야 잎을 펼치는 게으름뱅이 식물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의 알리바바가 왜 “열려라, 콩” 대신 “열려라, 참깨”하는지 힌트도 얻을 수 있다.
세밀화를 그리는 건 지난한 노동이다. 한 장을 스케치하고 채색하는 데만 3∼4일이 걸릴 만큼 손이 많이 간다. 현장 취재도 필수다. 그림 작가가 실물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지 않으면 생동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탄생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그래도 오래 살아남아 두고두고 읽힐 수 있다면 보람은 있겠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