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이은 포격 왜?…南 대응태세 떠보기 등 ‘계산된 도발’

입력 2011-08-11 00:56

북한군이 10일 오후 서해 연평도 해상 부근에 두 차례 포격을 가함에 따라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또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NLL 인근에 북측의 포탄이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군과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이어 포격을 실시한 것으로 미뤄볼 때 통상적인 훈련이나 오발보다는 다목적 포석을 노린 의도적 포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 차이를 두고 연평도 방향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군이 지난 6월 창설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의 대응태세를 떠보기 위해 포탄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북도서사령부는 연평도 포격도발 같은 북한군 공격에 즉각 대응키 위해 만들어졌다. 북한으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북한군이 이 사령부의 대응태세를 떠보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한 다음 포격을 가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그래서 나온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일단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보기 위해 포격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군의 실제 의도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군이 16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북측은 예년보다는 비난의 강도를 낮췄지만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의 공개서한에서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한다면 그 자체가 관계 개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UFG 연습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초강경 대응 의지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UFG 연습에 대한 경고와 함께 NLL 분쟁지역화를 통해 평화협정 체결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측의 포격이 UFG 연습을 겨냥한 것이라면 당분간 긴장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과 지난달 해군사령부를 시찰한 것과의 관련성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도발 때도 김정일 부자는 황해도 해안포 기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북측 강경파가 다시 행동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과 이어졌다.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이 최근 남북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돌아서자 이를 저지하려고 포격을 막후 지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국장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의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앞두고 남측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긴장을 고조시켜 남한 정부가 자신들의 평화공세를 수용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이 최근 동쪽에서는 금강산 문제를, 서해에서는 NLL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인도주의적 문제 논의 등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