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 관객 돌파… 심재명 명필름 대표 “자축 파티는 150만 넘긴 뒤에”

입력 2011-08-10 19:39


지난달 27일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하 ‘마당을’)이 연일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써 가고 있다. 지난 주말 역대 최다 관객 기록(72만명)을 가뿐하게 갈아 치운 데 이어 개봉 15일 만인 10일에는 100만 관객 고지까지 올라섰다. 손익분기점인 150만 관객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당을’은 ‘접속’(1997), ‘공동경비구역 JSA’(2000),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등 숱한 명작들을 제작한 명필름과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오돌또기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10일 서울 필운동 명필름에서 심재명(48) 대표를 만나 ‘마당을’의 흥행 돌풍 배경과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개봉 15일 만에 한국 애니메이션에서는 ‘꿈의 기록’으로 여겨져 온 100만 관객을 달성했다. 기분이 어떤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인데 실사(實寫)영화에서 1000만명을 동원한 것과 비슷할 정도의 과분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기분은 좋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동안 얼마나 소외됐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흥행 성공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100만권이 넘게 팔린 원작 동화를 등에 업고 시작한 게 컸다. 기존 애니메이션들이 시장에서 조용하게 사라진 건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출발했기 때문이 아닐까. 또 하나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아이와 어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였던 게 주효한 것 같다.”

-애니메이션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마당을’은 1996년 설립된 명필름의 30번째 개봉영화면서 첫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제작자이기도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로서 딸에게 좋은 우리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북미에서는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가 전체 영화시장의 40%, 일본은 20%나 되는데 우리는 겨우 0.3%다.”

-‘마당을’은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이분법적인 권선징악 구도를 따르지 않는다. 결말도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 점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원작의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아이들에게는 무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도 원작에 공감하고 좋아하는 것에서 가능성을 봤다.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서 영화적 재미를 살리기 위해 캐릭터를 창조하기도 했다. 원작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영화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배경이 풍경화,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비해 캐릭터가 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오성윤 감독이 원래부터 ‘2D로 가자’ ‘할리우드나 일본에서 하지 않는 그림체로 가고 싶다’ ‘한국화의 느낌이 있고, 수준 높은 동화체의 일러스트레이트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 영화 배경이 우리나라 대자연의 사계절이라서 한국화 수채화의 느낌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캐릭터가 할리우드 3D처럼 ‘쨍’하거나 분명하지는 않지만 인물이 너무 튀지 않고 배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수위를 조절했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6년이 걸렸다.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 2009년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2년 연장된 셈이다. 원작이 훌륭해도 영화화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 정도 걸렸다. 자금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고, 배급사를 접촉하는 것도 어렵더라. 한국 애니메이션이 돈을 번 사례가 거의 없으니 투자사나 배급사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손익분기점이 150만명이라고 하는데, 자신 있나.

“1차 목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다. 지난주엔 평일에 7만∼8만명이던 것이 이번 주에는 4만∼5만명 정도로 떨어졌지만 200만명도 조심스럽게 희망해 본다.”

-국내 애니메이션의 성공모델을 찾은 건가.

“이 영화 한 편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영이 달라진다고 보지는 않지만 유능한 제작자와 실력 있는 애니메이션 종사자, 주류 배급사가 힘을 합친다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중국에도 수출된 걸로 아는데.

“9월 말에 2000여개 상영관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그 정도면 중국에서는 중급 규모라고 하더라. 한국에서는 언론의 관심도 많고,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도 잘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아 결과가 궁금하다.”

-외국 시장까지 겨냥하고 제작하는 글로벌화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해법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국내는 시장이 좁으니 해외를 겨냥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국내에서 인정받아야 외국에서도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외국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낯설어하는 게 현실이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한국 영화산업의 독과점이 심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멀티플렉스 극장하고 배급사를 같은 회사가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사 영화를 개봉할 때 스크린 독과점 현상, 쏠림 현상이 심하다. 미국에서는 상영관과 배급사를 한 회사가 동시에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특정 영화 상영 비율이 전체의 50%를 넘지 못한다. 쏠림 현상은 좋지 않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