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교육개혁’ 폭력시위… 학생·교사 수만명 경찰과 충돌

입력 2011-08-10 19:07

공교육 개혁을 요구하며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칠레 시위가 반(反)정부 폭력 시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한 칠레 전역에서 9일(현지시간) 수만명이 교육개혁을 위한 시위에 참가했으며, 일부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산티아고 시위에는 6만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해 “자유롭고 평등한 교육”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대부분인 참가자들은 시위 초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평화적으로 산티아고 시내를 행진했다.

그러나 복면을 쓴 일부 시위대가 대통령궁 주변을 막아선 진압경찰을 상대로 투석전을 벌이면서 시위는 폭력적으로 변질됐다. 일부는 가로등과 유리창을 깨뜨리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경찰도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산티아고 이외에 아리카와 발파라이소, 콘셉시온 등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는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날 경찰과 충돌로 체포된 사람은 최소 273명이며, 산티아고에서만 73명이 체포됐다. 경찰도 23명이 다쳤다고 칠레 당국은 밝혔다.

칠레 정부는 지난 4일 포고령을 내려 산티아고 시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강력 진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고령 이후 체포된 사람은 총 900여명에 이른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지난 5월 이후 칠레 시위가 계속되는 것은 공교육시스템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현재 칠레 공교육시스템은 지방정부가 운영해 교육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칠레는 남미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지만,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다. 특히 지난해 3월 집권한 보수우파 정부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부는 올해 초 교육예산 삭감 방침까지 발표해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