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비난하더니…英 폭동 내전 치닫나
입력 2011-08-10 22:02
영국 극우단체 영국수호동맹(EDL)이 폭동 진압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영국 폭동 사태가 인종 간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강경진압 방침을 천명하면서 폭동은 다소 수그러들고 있다.
◇내부 갈등으로 확산되나=스티븐 레넌 EDL 대표는 “1000여명이 루턴, 맨체스터 등에서 폭동을 막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말했다. 일부는 이미 순찰활동을 시작했다. 레넌 대표는 또 “경찰은 이 사태를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폭동을 막을 것”이라며 자경활동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EDL은 지난달 21일 노르웨이 연쇄테러를 저지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와 연계된 단체로 알려져 주목된다.
EDL 지지자들과 피해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폐허가 된 거리를 청소했다. 이들도 폭도들이 집결에 이용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런던 남부 클래펌 지역에서는 경찰력을 불신하는 지역 상인들이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며 약탈을 막고 있다.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시민과 훔치려는 폭도들 간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는 이번 폭동의 도화선이 된 마크 더건(29)이 총을 소지했지만 경찰에게 쏘지는 않았다고 이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영국 경찰은 10일 CCTV를 통해 확보한 폭동 용의자 12명의 얼굴을 공개했다. 현지 언론들은 약탈에 가담한 사람들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대응수위 높이는 경찰=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주한 대사관을 통해 국민일보에 보낸 성명에서 “질서를 회복하고 법이 준수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자국 내 사태와 관련, 대사관을 통해 국내 언론에 알려온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폭동 사태가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영국 경찰은 강경 대응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경찰은 시위 진압을 위해 물대포를 동원할 방침을 천명했다. 또 플라스틱 탄환 사용도 검토 중이다. 영국 본토에서는 한 번도 플라스틱 탄환과 물대포를 사용한 적이 없다. 하지만 런던경찰청 스티븐 카바나 부청장보는 “경찰이 열한 살짜리에게 플라스틱 총알을 사용하길 바라느냐”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반면 브라이언 패딕 전 부청장보는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정당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768명을 체포했으며 그중 167명을 절도 및 무기소지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폭동이 계속되면서 주변국도 긴장하고 있다. 벨기에 알랭 데스텍스 의원은 “벨기에는 영국과 유사한 환경에 처해 있어 이른 시일 내 폭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언론인 크리스토프 바비에도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직업 없는 젊은이들이 있는 프랑스도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트위터를 통해 말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폭동 사태에 개입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했다. 핵 개발 문제로 자국을 압박하고 있는 서방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된다. 리비아 짐바브웨 등 그동안 영국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독재정권들도 영국사회의 ‘실패’를 고소해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이집트의 한 시민운동가는 “이집트와 튀니지는 (영국처럼) DVD를 훔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