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현대상선, 대우조선에 ‘컨’船 발주 왜?

입력 2011-08-10 22:12


‘한솥밥 먹던 가족도 돌아서면 남남.’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에 발주한 1만3100TEU급(1TEU는 6m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은 길이 365.5m, 폭 48.4m, 높이 29.9m로 축구 경기장 4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국내 해운회사가 발주한 선박 중 가장 큰 규모다. 발주 가격은 5대를 합쳐 약 6950억원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이들 선박을 2014년 1분기부터 인도받아 ‘아시아∼구주 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주력 선박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해 온 현대상선이 다른 업체에 건조를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상선은 “대우조선해양이 가격과 인도시기 면에서 가장 유리했기 때문에 선택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현대상선과 현대중공업 간의 해묵은 경영권 분쟁과 연결짓고 있다. 2006년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현대상선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안정을 위해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확대하기 위해 정관변경을 시도했으나 현대중공업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 보유지분을 포함해 현대상선 지분 23.66%를 보유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현대상선 보유 지분은 39.47%다. 범(凡)현대가의 36.85%(현대건설 7.71% 지분 포함)보다 다소 많지만 드러나지 않는 지분을 감안하면 언제든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현대건설 인수전을 둘러싼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앙금도 남아 있어 화해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