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건설업계, 퇴출 공포에 ‘덜덜’

입력 2011-08-10 21:32

미국발 경제위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시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직격탄을 맞았던 부동산시장과 건설업계는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잔뜩 얼어붙어 있다. 시중은행들은 건설업종에 대한 리스크 확대로 벌써부터 비상이 걸렸다.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도 당분간 접어 둬야 할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이 더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건설업계가 또다시 구조조정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좀처럼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설업계를 ‘요주의 대상’으로 점찍고 여신 관리에 나섰다. 금융 당국도 미국 재정위기가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끼칠 경우 건설업 등 취약 업종을 대상으로 관리를 강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0일 “2008년 직격탄을 맞았던 건설·조선·해운업종 가운데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분양률이 낮은 업체를 중심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2008년 이후 부동산 시장 폭락, 시중은행의 엄격한 여신 관리, 금융위기로 인한 해외 수주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진 조선·해운업종과 달리 건설업종은 국내 경기부양 가능성 등으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최근 LIG그룹의 계열 건설사 ‘꼬리 자르기’ 논란 등 금융권과의 갈등이 빈번하게 빚어졌다. 또 지난 5일 ‘검은 금요일’에만 업종별 지수 중 최대 폭인 6.15%나 급락하는 등 건설업종은 이번 미국발 악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A은행 기업금융 담당 부행장은 “2008년 이후 건설업종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지 못한 군소 건설사가 너무 많아 더욱 보수적으로 여신 관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부동산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수요도 이젠 거의 사라졌다”며 “상당수 업체가 경쟁력을 상실한 채 인건비 등 관리비 삭감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6월 당국이 밝힌 가계대출 억제 대책으로 기업 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시중은행들은 이번주 들어 기업에 대한 여신 재점검에 착수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은 이날 리스크관리본부를 리스크그룹으로 격상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