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부동산시장, 덧난 상처에 ‘엉엉’

입력 2011-08-10 18:39

미국발 경제위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시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직격탄을 맞았던 부동산시장과 건설업계는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잔뜩 얼어붙어 있다. 시중은행들은 건설업종에 대한 리스크 확대로 벌써부터 비상이 걸렸다.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도 당분간 접어 둬야 할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이 더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가뜩이나 침체에 허덕이는 우리 부동산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출·금리 규제 강화,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부동산 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0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주택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아파트 시가총액은 수도권의 경우 0.87%, 서울은 3.71% 하락했다.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 3구의 시가총액 합계는 3개월 만에 무려 7.12%나 급락했다. 반면 노원 도봉 강북 등 강북 지역 3개구의 시가총액은 1.19%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은 1년 만에 이전 가격을 회복했다. 이 지역 시가총액 변동률은 금융위기 발생 6개월 뒤 -6.49%, 9개월 뒤 -3.49%, 1년 뒤 1.10% 등으로 나타났다. 1년 뒤 시가총액 변동률은 수도권 4.30%, 서울 전체 2.45%로 완전히 회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시장은 전체적으로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부동산써브 박정욱 연구원은 “최근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금융위기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자산관리컨설팅사 에이플러스리얼티의 조민이 팀장은 “3년 전 금융위기 때는 15억원에 거래되던 강남의 은마아파트가 8억원까지 떨어지는 등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 금융 불안도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악재임은 분명하지만 과거 학습효과가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본부장은 “부동산시장이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다만 이번 금융 불안은 예견된 악재였기 때문에 2차 위기만 없다면 3년 전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