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 “우리 대응능력 크게 향상”

입력 2011-08-10 18:28


“세계경제 침체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외환부문 기초를 더 튼튼히 하고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합니다.”

10일 주식시장이 마감된 직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집무실에서 만난 신제윤(53·사진) 부위원장은 피곤해 보였다. 오전 8시30분 금융 당국 ‘비상합동점검회의’를 주재한 뒤 국회로 건너가 저축은행 국정조사에 출석하고 막 돌아와 금융시장 동향 보고를 받은 차였다. 그럼에도 표정은 밝았다. 연일 휘청거리던 증시가 이날 안정된 데 대한 안도감과 금융 당국의 발 빠른 대처가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줬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신 부위원장은 이번 위기의 본질에 대해서는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연장선상에 원인이 있으며 미국의 쌍둥이(재정·무역수지) 적자가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를 낳은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이다. 유럽은 유로 체제로 가면서 독자적 통화정책을 쓸 수 없게 된 것이 재정위기의 출발점이며 상대적으로 경제가 부실한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정책에만 의존하다 재정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2008년 위기가 금융 부실 탓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실물경제의 구조적 문제라 단기적으론 해결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다만 우리 경제의 대응 능력에 대해서는 “두 번의 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단기외채와 외화차입금은 대폭 줄었고 외화유동성과 외환보유액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의 증시 폭락에 대해서도 “세계경제 침체 우려는 당분간 작용하겠지만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비교적 낙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외국인 매도세는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아니며 우리 경제의 견고함이 재확인되면 회복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대외 개방도가 워낙 높은 만큼 정책적 대응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전날 공매도 3개월 금지, 1일 자기주식 취득한도 완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신 부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가 비상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더 있다”고도 했다.

외환유동성을 더 방비하기 위해 각 은행들에 ‘커미티드 라인’(비상외화공급약정) 등으로 비상시 외화차입 통로를 확보토록 강조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은행에선 조달비용이 더 든다는 불만도 나오지만 “그만한 보험료는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기자에게 펀드 매수를 권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신 부위원장은 “제 경험으로만 본다면 정부 대책이 나온 직후 (펀드에) 들어가면 손해는 안 본다”고 귀띔하며 웃어 보였다.

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