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 맛보러 먹자골목으로 오이소… 육상도시 대구, 음식도 다양하네

입력 2011-08-10 17:34


막창 익는 고소한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하는 복현오거리의 막창골목을 비롯해 ‘골목의 도시’ 대구에는 먹자골목이 즐비하다. 신암동 평화시장 주변의 닭똥집골목과 수백개의 대형음식점이 8차선 도로 양쪽을 가득 메운 들안길은 대구를 대표하는 먹자골목.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깔끔하게 단장한 대구의 먹자골목으로 미식여행을 떠나본다.

◇따로국밥=대구 향토음식의 좌장격인 따로국밥은 곰국과 육개장을 절충한 음식으로 밥과 국이 따로 나와 붙여진 이름. 사골과 사태를 밤새도록 고아 우려낸 육수에 대파와 무를 넣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내놓는다. 얼큰하고 매우면서도 육수가 구수해 뒷맛이 개운하다.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인근에 위치한 65년 전통의 ‘국일따로국밥’(053-253-7623)은 따로국밥의 원조집. 한국전쟁 때 서동술 김이순 부부가 따로국밥을 개발해 피란민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며느리 최영자씨에 이어 아들 서경수씨가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찜갈비=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우면서도 달착지근한 찜갈비는 1970년대에 등장한 대구의 대표 음식. 소갈비를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담아 매운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로 양념을 해서 간장으로 맛을 낸 다른 지역의 갈비찜과는 다르다. 갈비를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다.

동인동 찜갈비골목에서 45년째 ‘벙글벙글찜갈비’(053-424-6881)를 운영하는 정영숙씨는 대구 찜갈비의 대모.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택배 주문이 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고모인 장필순씨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았다는 정씨는 양파 물에 삶아야 갈비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다고 한다.

◇납작만두=얇은 만두피에 당면을 넣고 반달모양으로 빚어 물에 한 번 삶은 다음 구워 간장을 뿌려 먹는 납작만두는 대구에서 첫선을 보인 별미. 만두 속에 당면, 부추, 파 등을 넣는 듯 마는 듯 살짝 넣은 이유는 어려웠던 시절에 만두소로 쓸 재료가 마땅찮았기 때문.

‘춤추는 납작만두’로 유명한 남산초등학교 옆의 ‘미성당납작만두’(053-255-0742)는 46년 역사의 납작만두 전문점으로 대구·경북지역에 30여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임창규씨에 이어 아들 수종씨가 대물림을 한 미성당의 납작만두는 쫀득쫀득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택배도 가능하다.

◇돼지막창=해가 지면 대구는 막창 굽는 냄새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저지방 고단백 음식인 막창은 돼지의 마지막 창자로, 노릇노릇 익은 막창을 입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혀끝에 스며든다. 1970년대 초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막창 음식점은 대구에만 수천여 곳.

수성못 인근의 ‘아리조나막창’(053-782-9323)은 막창 씻는 세정기로 이름이 났다. 이곳에서는 다른 음식점과 달리 삶은 막창을 숯불에 굽기 때문에 기름기가 빠져 고소하고 담백하다. 영화 ‘키다리 아저씨’에서 하지원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야끼우동=새우, 오징어, 돼지고기를 즉석에서 볶아내는 야끼우동은 30년 전 대구에서 개발된 음식. 야끼소바로 불리는 일본의 볶음우동과 달리 양배추, 당근, 부추 등 야채를 넣고 매운 고춧가루와 마늘로 양념을 해 달착지근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대구사람들의 입맛에 딱이다.

지금은 대구의 모든 중국음식점에서 야끼우동을 내놓지만 원조는 대구백화점 인근의 ‘중화반점’(053-421-6888). 중국 화교인 장유청씨가 1980년대 초에 친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야끼우동을 개발했다. 어린이와 함께라면 달콤한 맛의 미니 탕수육을 곁들여도 좋다.

◇무침회=대구는 내륙지방이라 30년 전만 해도 싱싱한 활어를 맛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등장한 회가 오징어, 소라, 논고동 등을 삶은 후 무, 미나리, 깻잎, 고춧가루, 마늘을 넣고 버무린 맵고 얼큰한 맛의 무침회이다. 양이 푸짐한 반면에 값이 저렴해 서민들이 즐겨 찾는다.

내당동의 반고개 무침회골목에 위치한 ‘푸른회식당’(053-552-5040)은 맛도 좋고 인심도 넉넉하기로 이름났다. 26년째 무침회를 만들고 있다는 김명희씨의 손에서 탄생하는 무침회는 새콤·달콤·매콤한 3가지 맛으로 테이크 아웃과 택배도 가능하다.

◇누른국수=경상도 칼국수의 별칭인 누른국수는 진하게 우려낸 멸치국물을 맛국물로 쓰는 게 특징. 밀가루에 적당히 콩가루를 섞어 얇고 널찍하게 밀어 가늘게 채 썬 다음 멸치국물에 넣고 끓인 누른국수는 1970년대 분식장려 정책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올해로 28년째 삼덕동에서 ‘대백식당’(053-423-2792)을 운영하는 김재향씨는 홍두깨로 직접 면을 밀어야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나온다고 말한다. 김씨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리기 위해 홍보 티셔츠를 입고 일할 정도로 애국심과 애향심이 강한 인물로 소문났다.

◇아귀수육=못생겨도 맛은 좋다는 아구는 아귀의 경상도 사투리. 아귀는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고 흉측해 어부들은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바로 버렸다. 그러나 콩나물과 매운 고춧가루, 미더덕을 넣어 푹 찐 아귀찜의 맛은 보기와는 영 딴판으로 요즘은 보양식으로 인기다.

복현오거리에 위치한 ‘백년옥’(053-381-1010)은 생아귀수육 전문음식점으로 내장수육과 함께 나오는 생아귀수육의 맛이 구수하다. 활어만을 고집하는 주인 박강오씨의 옹고집으로 매일 아침 갓 잡은 싱싱한 활어를 공급받지만 물량이 달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맛을 볼 수 없다.

대구=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