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개미 매수·프로그램 매물 ‘사상 최대’

입력 2011-08-10 21:49


10일 증시는 힘겹게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옵션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쏟아져 나온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 탓에 상승폭(0.27%)은 실망스러웠다. 이날 주가 향방을 결정한 투자주체는 계속 ‘팔자’에 올인한 외국인과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최근까지의 ‘외국인 대 기관’의 대결 구도에서 달라진 모양새다.

10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2% 급등한 채 시작했다.

상승의 힘은 개인들에게서 나왔다. 개인은 이날 1조5559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며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사상 최대 일중 개인 순매수 규모다. 특히 개인들은 장 시작 1시간31분 만에 1조원 넘는 물량을 순매수하는 공격적인 투자행태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 김철중 연구원은 “자문형 랩에서 대규모 금액이 시장에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저가 매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 랩 상품의 경우 일임형이 아닌 개인 자금은 투자 주체가 개인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상승세는 장 초반부터 급격히 약화됐다. 외국인과 기계(프로그램 매매)가 기록적인 팔자세를 보인 탓이다.

외국인은 이날 1조2625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11월 11일 1조3094억원의 순매도를 보인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은 전날(1조1717억원 순매도)부터 이틀간 2조4000억원 넘게 팔았다.

프로그램 매물도 끝없이 쏟아졌다. 이날 프로그램은 2조1359억원을 순매도해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월 만기 이후 매수차익거래를 대규모로 쌓은 외국인이 옵션만기를 하루 앞두고 선물가격과 현물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자 청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급락장에서 소방수로 나섰던 연기금은 이날 552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은 2370억원을 매도했지만 상당 부분 프로그램 매매에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일단 프로그램 매물이 상당부분 청산된 것은 반등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6월 만기 이후 외국인 차익매수 물량은 2조6000억원으로 아직 처분 물량이 1조원가량 남아 있다. 외국인의 팔자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