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시장에 명확한 신호” vs “인플레 무시한 카드”

입력 2011-08-10 21:46

2013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에 관해 시장과 경제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시장은 저금리 정책만으로는 현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제로금리 유지 시점을 못 박아 스스로 손발을 묶었다고 비판했다.

◇“인플레이션 위험 고려했어야”=영국 바클레이스 금융그룹의 금리 전문가 마이클 폰드는 “시장은 새로운 유동성 공급 등 더 많은 걸 기대했다. 연준은 시장의 상황에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한 것 같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준이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줬다는 점은 높이 평가됐다. ING투자운용 전략팀의 더그 코트는 “앞으로 2년간 확실하게 저금리가 유지된다는 것은 투자에 매력적”이라고 했다.

반면 투자자문회사인 RDQ 이코노믹스의 콘래드 드콰드로스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안이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금리) 정책을 그대로 2년이나 유지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우겠다는 말과 같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기업연구소의 빈센트 레인하트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연준은 2년간 금리를 바꿀 수 없게 됐다. 스스로 손을 묶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버냉키 장악력 실감”=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조직 장악력은 새롭게 부각됐다. 연준 통화정책 부서 출신인 로베르토 페릴은 “버냉키가 2명 이상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명을 냈다는 것은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FOMC의 9일 성명에는 위원 10명 가운데 3명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덜래스 연방은행 총재인 리처드 피셔 등이다. 이들은 제로금리 유지 시점을 정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연준에서 반대 의견이 3명 이상 나온 것은 1992년 11월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증권사도 엇갈린 반응=국내 증권사들은 연준이 3차 양적완화(QE)를 언급하지 않은 데 주목했다. 증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망스러운 조치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우리 금융시장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KB투자증권 김수영 연구원은 “연준이 3차 QE를 언급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증시의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 주이환 연구원은 “연준이 초저금리 유지 외에 3차 QE나 단기 국채의 장기 전환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치밀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주 연구원은 “기존 방식과 똑같이 3차 QE만 언급했다면 오히려 실망감이 확산됐을 것”이라며 “연준의 조치에 따라 금융시장은 스스로의 힘을 갖고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조치는 처음부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대증권 박혁수 연구원은 “해당 성명은 정책 당국이 경기에 상당히 신경쓰고 있고 경기부양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경기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국가부도 위험까지 상존하는 상황이어서 근본적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