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자 자녀 2명에 학자금 1억 지원” 조남호 회장 대국민 호소문
입력 2011-08-10 21:54
50여일 만에 귀국한 한진중공업 조남호(60) 회장이 10일 책임지고 경영을 정상화한 뒤 정리해고자들을 우선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청문회 출석의 뜻도 내비쳤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고개 숙여 사과한다”며 “3년 내 경영정상화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이후 정리해고자를 우선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퇴직자 400명 중 희망퇴직자에 한해 자녀 2명의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자금 1억여원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도피성 해외출장 논란에 대해서는 “단 한 척의 배라도 더 수주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국회 청문회와 관련해선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혀 증인으로 출석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조 회장은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에 대해서는 “수천명의 한진중공업 및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고 조속히 내려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불법적 압력에 의해 정당하고 합법적인 경영활동이 힘들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원칙을 저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언급, 희망버스 등 외부세력 개입에 대해 경고를 보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진보적 단체나 노동계는 실망스럽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한진중 사태해결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신정택 회장은 “노사 모두 큰 상처를 입은 만큼 더 이상의 힘겨루기식 소모전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경영자총협회 성한경 회장도 “조 회장이 전면에 나선 만큼 정치권이나 제3자가 더 이상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윤택근 본부장은 “호소문은 내용도, 진정성도 없는 것으로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김호규 부위원장은 “최대 현안인 정리해고 철회 문제에 대한 해법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217일째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오후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쟁점인 정리해고 철회 대신 희망퇴직자 예우를 제시한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기만책”이라며 “정리해고자 400명을 전원 복직시켜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