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前대통령, 회고록 발간… “YS에 대선자금 3000억 줬다”

입력 2011-08-10 21:54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 측에 선거자금 3000억원을 줬다”고 폭로했다. 지난 8일 발간된 ‘노태우 회고록’에서다.

◇정치자금=노 전 대통령은 92년 대선자금과 관련해 “당시 민자당 대선 후보가 된 김영삼 총재가 ‘(대선에서) 적어도 4000억∼5000억원이 들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해와,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과 이원조 전 의원을 통해 각각 1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대선 막바지에 김 후보로부터 자금이 모자란다는 ‘SOS(긴급요청)’를 받고 금 전 장관을 통해 한몫에 1000억원을 보내줬다”며 “김 후보는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87년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1400억원을 지원받았고 당 재정위원회와 후원회 등에서 모은 500억원을 더해 2000억원 정도를 선거자금을 사용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또 “내 재임 때 여당의 정치자금 대부분은 대기업으로부터 충당해 왔다”면서 “88서울올림픽 이후 기업인들 면담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면담이 끝날 때쯤 그들은 ‘통치자금에 써 달라’며 봉투를 내놓곤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은 “87년 6·29선언은 내 결단에 의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대통령은 그만두되 물러난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해야겠다고 생각해 86년 3월부터 내각제 개헌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는 “유언비어가 진범”이라며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등 유언비어를 듣고 시민이 무기고를 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물평=회고록에는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인물평도 들어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의 취임연설은 제6공화국의 민주성마저 부인했다. 그의 인간됨을 내가 왜 오판했을까 여러 번 자문했다”고 비판했다. 전 전 대통령에게는 “우정을 국가보다 상위에 놓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선 “관찰력이 예리했다. ‘어쨌든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총명함이 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 7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년 가족 식사자리를 회상하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아버지가 주는 날밤을 받아먹지 않는 걸 봤다. 아버지가 참 외롭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회고록 반응=김영삼 전 대통령은 10일 “그 사람(노 전 대통령) 지금 어떤 상태냐”고 말했다고 김기수 비서실장은 전했다. 김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물어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태우 정권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은 이날 한 신문과의 통화에서 “옛날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로 YS는 역사 앞에 당당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