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쇼크] 천훙 박사 “위안貨, 달러 대체할 국제기축통화 되기엔 시기상조”

입력 2011-08-10 21:49


“중국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국제기축통화가 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중국에는 국제화된 금융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더욱이 이자율도 시장이 아니라 정부의 간섭에 의해 결정된다.”

천훙(陳虹·58)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실 연구원은 10일 미국 재정위기와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 상황에서 중국 위안화가 새로운 역할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천 박사는 이날 국민일보와 베이징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갖는 지위와 위안화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여전히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 강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때문에 제조업을 위주로 하는 중국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단순히 제조업 제품을 수출해서 달러를 사들이는 경제성장 방식을 계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국내 소비시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로선 미국 국채 말고는 뚜렷한 투자 대상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천 박사는 특히 “위안화가 국제 통화로 나아가는 데에는 현재의 위안화 환율 결정 방식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되면서 중국 동해 연안의 수출을 위주로 하는 기업들이 제일 먼저 어려움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으로서는 경기침체와 통화팽창을 동시에 맞는 상황이 최악이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통화팽창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무원 상무회의가 9일 인플레이션 압력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뒀던 종전 입장에서 앞으로는 경기 침체를 막는 데 더 관심을 가질 듯한 입장 표명을 한 데 대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물가 급등과 관련해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또 “정부의 행정 능력은 현재 처한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면서 “다만 중장기적인 경제 구조 조정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향후 최소한 2년 동안 현재의 초저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선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국제적인 금융기관의 유동성 부족 때문에 촉발됐지만 지금의 위기는 기업이나 개인 모두 유동성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초래됐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개인은 소비를 하지 않아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 같은 조치로 기대만큼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국은 지금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강조하면서 “국채를 감소시키기 위해선 기업이나 개인의 소득세를 올려야 하지만 이는 불경기에 채택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고 밝혔다. 즉 거시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켜야 하지만 이 경우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정책과 서로 모순된다는 것이다.

천 박사는 따라서 “미국은 더 이상 달러가 세계 화폐라는 특권을 이용해 대량의 국채를 발행함으로써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데서 벗어나는 쪽으로 경제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대책으로 경제 구조 개편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교육을 통한 노동시장 개편, 의료체제 개혁, 사회보장제도 강화 등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민은 돈이 있어도 노후생활보장에 대한 걱정으로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교육, 의료, 양로 수준을 높이면 누구나 소비 활동을 활발히 할 것이라면서 “5년, 10년 이내에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이 분야에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 박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국제금융위기는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아 수습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미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천훙 박사는

1993년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이 연구소 국제금융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허베이(河北)대학 출신으로 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세 차례 일본 도쿄대학 경제학부에서 방문교수로 연구했다. ‘일본금융고찰’ 등 일본 금융 관련 저서나 연구가 많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