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셋 중 한명 “구타 경험”… 軍 성범죄도 빠른 증가세
입력 2011-08-10 20:10
해병대 병사 3명 중 1명은 군 생활 중 구타당하거나 직접 구타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병대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해병대 병영문화 정밀진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병대원 973명(간부 222명, 병사 751명) 중 ‘구타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간부와 병사는 각각 33%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에서 몇몇 간부는 “병사가 잘못해 맞은 것은 구타가 아니다”고 답해 구타가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사들은 구타 및 가혹행위에 대해 신고하면 ‘신분비밀이 보장된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반면 44%는 ‘신분비밀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혀 신변 보호가 안돼 구타 신고를 꺼릴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응답자들은 군 생활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구타 및 가혹행위’를 가장 많이 꼽았고 폭언, 성폭력, 규정 외 얼차려 및 암기 강요, 차별대우 순으로 문제가 크다고 답했다. 일부 부대에서는 선임병과 후임병 간 휴가비나 전역비를 수수한 사례도 적발됐다.
해병대는 지난해 고위 장교의 운전병 성폭행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해군본부 감찰팀 및 국가인권위원회, 한국국방연구원 소속 연구원까지 불러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합조단은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6일까지 해병대 연평부대를 제외한 5개 부대 간부와 병사를 대상으로 병영문화 전반에 대한 실태 파악을 위해 설문조사와 면담을 벌였다.
국방위 관계자는 “구타와 관련된 지휘관의 잘못된 인식 구조, 신고자를 보호해주지 않는 악습 때문에 지난 7월 총격 사건 이후에도 해병대 내에서는 구타 사건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군내 성범죄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해·공군이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군내 성희롱 및 성범죄 발생 현황을 보면 2007년과 2008년 각각 32건이던 성희롱 범죄는 2009년 49건으로 늘었고, 2010년에는 81건으로 급증했다. 성범죄도 2007년 131건에서 2008년 245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고, 2010년에는 258건을 기록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