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납품 거부 돌입… 문제는 ‘배보다 배꼽’ 우윳값

입력 2011-08-10 21:45


우유 협상이 두 차례나 최종 시한을 넘기며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가 ℓ당 130원 인상안을 최종 중재안으로 내놨지만 낙농가와 유가공업계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10일 서울 양재동 낙농진흥회에서 양측은 정부가 제시한 중재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11일 오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낙농가들은 9일 저녁 생산분부터 원유 납품 거부에 돌입했다. 유가공업체의 비축분이 대부분 이틀치에 불과해 11일을 넘기면 우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낙농가들이 집단행동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생산자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원유 가격 결정 구조와 과도한 유통마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유 가격보다 큰 유통마진=농림수산식품부와 낙농육우협회 등에 따르면 1ℓ들이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평균 2180원이다. 기존 원유 값은 ℓ당 704원으로 소비자가의 32.4%를 차지한다. 유가공업체가 탱크로리를 사용해 원유를 운송하는 비용과 등급 판정을 위한 검사비는 189원(8.6%)이다. 원유를 살균해 용기에 담는 등 제조 공정에 쓰이는 비용은 296원(13.5%)이다.

여기에 유가공업체가 갖는 이윤 253원(11.6%)을 포함한 금액이 출고가격(1442원)이다. 도·소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자들이 챙기는 유통마진은 738원(33.9%)이다. 우유 가격의 45.4%가 유가공업체와 유통업체의 손에 떨어지는 셈이다.

반면 우유 생산에 가장 결정적 기여를 하는 낙농가들은 우유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돈을 받는다. 이마저도 최근 3년 사이 사료 가격이 30% 정도 상승할 동안 한번도 올려 받지 못했다. 낙농가들이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2008년의 기억’=직전 원유 가격 협상은 2008년 8월에 있었다. 당시 협상에서 ℓ당 584원이었던 원유 가격은 120원(20.5%) 오른 704원으로 결정됐다. 뒤이어 1ℓ들이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1800원에서 2180원으로 380원 올랐다. 원가 상승을 빌미로 유통업체들이 원유 가격 상승폭보다 3배 이상 가격을 올린 것이다. 원유가에 집유비·검사비·이윤을 더한 출고가격은 1206원에서 1442원으로 236원 올랐다. 출고가격에 인상된 제조원가가 이미 반영됐음에도 유통마진은 원유가 인상분보다 3배 이상 뛴 것이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원유 가격 인상을 빌미로 우유 대리점과 대형마트가 우유 가격 인상분 대부분을 가져갔다”며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