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기다려지는 승부…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입력 2011-08-10 17:33


프로 바둑시합은 국내기전과 세계기전을 합해 28개가 있다. 그 중 제한 기전을 제외한다면 보통 20개 정도 참여할 수 있다. 모든 기사들은 기전 규모나 상금을 떠나 매 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기전 중에도 마음이 가고 인연이 있는 기전이 있다. 다른 성적은 좋지 않더라도 유난히 성적을 내는 기전이 있는 반면에 이상하게 잘 풀리지 않는 기전도 있다.

최근에는 오픈 세계대회가 많이 생겨 상황이 달라졌지만 프로기사들이 가장 기다리는 기전은 삼성화재배이다. 1997년 시작된 삼성화재배는 올해로 16회째. 당시 최대 규모로 관심을 모았지만 그보다 세계 각국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선전을 하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의 무대였지만 서로를 잘 아는 한국선수들이 아닌 전혀 모르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승부가 끝나면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돌을 놓아가며 수담(手談)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국적과 언어의 벽은 사라진다. 그리고 반상 위에서는 적이었지만 반상을 떠나면 친구가 돼 함께 밥도 먹고 또 다른 바둑세계를 이야기한다.

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통합 예선전이 지난 1일 한국기원에서 펼쳐졌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는 모두 311명이 출전했다. 한국 202명, 중국 62명, 일본 28명, 대만 19명이다. 몇 회 전부터 시니어부와 여자부가 신설돼 예선전에서 19명을 선발하고(일반부 15명, 시니어부 2명, 여자부 2명) 각국 랭킹시드들이 합류해 본선은 32강전으로 치러진다.

최근 세계대회의 주된 관심사는 각국에서 몇 명이 본선에 진출하느냐이다. 일본은 근래 몇 년 동안 예선전 전원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반면 중국은 황사바람을 일으키며 한국과 대등한 승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는 이창호 9단이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하고 예선 1회전부터 출전한 것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예선 결승에서 전영규 5단에게 패하며 본선진출이 좌절됐다.

1일부터 5일까지 펼쳐진 예선전은 일본과 대만이 전원 탈락한 가운데 한국 10명, 중국 9명이 각각 본선에 합류했다. 중국에 근소한 차이로 앞선 가운데 한국의 새내기 프로 강승민, 나현, 김동호가 본선에 진출해 한국바둑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날이 갈수록 더욱 강해지는 상대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전장이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상대들을 만날 수 있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기에 승부사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전장인 것 같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