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철지나 피는 꽃
입력 2011-08-10 18:17
철지나 피는 꽃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간혹 철지나 피고 지는 꽃입니다. 설혹 어떤 꽃은 빨리 피어 도태돼 낙오된 적도 있습니다. 어떤 꽃은 이제 겨우 꽃봉오리를 맺으려는 중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빨리 피는 꽃을 선호하고 좋아합니다. 늦게 피는 꽃을 바라보거나 기다려 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모두 빨리 피는 꽃에 열광하는 집단 선동가입니다. 때로 늦게 피는 꽃에 주목하며 절망을 껴안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기다림으로 인내의 달콤함을 마실 수 있으니까요. 어느덧 盛夏의 여름입니다. 조금 있으면 뒤늦게 피는 해바라기가 활짝 필 것입니다. 많은 씨앗을 보듬고 필 해바라기는 그래서 아주 늦게 피는 꽃의 대열에 섭니다. 커다란 머리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수많은 씨앗을 품는 해바라기꽃을 한번쯤 기억할 때입니다.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