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조련사, 마음·영혼까지 코치… ‘건강 전도사’ 정주호 헬스 트레이너

입력 2011-08-10 18:16


가난하고 약하고 소심하고 자신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정주호(39·온누리교회)씨. 그는 기적처럼 이런 약점을 딛고 건강함의 상징인 헬스 트레이너가 됐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부터는 ‘영혼육 건강 전도사’로 거듭났다. 현재는 한류 열풍의 선두주자인 이병헌을 비롯해 이범수 송중기 한채영 손담비 유이, 최근 선발된 미스코리아 ‘진’ 이성혜씨 등의 멘털보디코치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여름철을 맞아 어느 때보다 바쁜 그를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타트레인’에서 만났다.

‘떨궈진’ 아이

헬스센터 벽에 붙어 있는 사진에 눈길이 갔다. before & after. 비쩍 마르고 볼품없는 소년이 바람을 잔뜩 넣은 풍선처럼 빵빵한 근육질의 청년으로 변신해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서울에서 어머니와 충남 천안으로 내려갔어요. 서울에서 왔다고 그러는지 아이들이 쉽게 친해주지 않았어요.”

상처가 시작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아이들로부터의 따돌림. 몸이 워낙 마르고 약해 체력이 없었다. 남자 아이들은 방과후 축구를 통해 친해지는데 아이들이 도통 끼워주지 않았다.

“팀을 갈라서 노는데 잘 하는 애는 팀에 데려오려 하고 그렇지 않은 애들은 떨구려 했죠. 저는 떨궈진 아이였어요. 양 팀 모두에서 떨궈진 아이. ‘이지메’ ‘왕따’란 단어를 알기 훨씬 전부터 그게 뭔지 이미 체험으로 알았어요.”

섭섭함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잘된 일인 것 같다. 그때의 외로웠던 경험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먼저 경험하고 그것을 딛고 일어났기에 술에 의지하고 여기저기 동호회를 다녀도 마음의 외로움을 달래지 못하는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회란?

다섯 살 때 어머니를 따라 천안 봉명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교회에는 연필 필통 선물을 받으려고, 계란빵을 얻어먹으려고 갔었어요. 보통 환경이 넉넉지 않은 아이들이 그런 이유로 교회를 다니는 경우가 많잖아요. 몰려가 줄서서 새까만 손으로 받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예배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그 후로도 그는 철새처럼 이 교회 저 교회를 들락날락거렸다. “제게 있어 교회는 불쌍한 사람을 구제하는 곳이었어요. 하나님도 몰랐고 부활절인지 추수감사절인지도 몰랐지만 항상 어느 때가 오면 ‘교회가 동네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베푸는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이후 그가 다닌 교회는 스무 군데를 넘는 것 같다고 했다. 큰 교회, 작은 교회 할 것 없이 숱하게 옮겼다. 하나님이 계신 교회가 어디인지 찾아 헤맸다. 하나님이 언제 어디서나 함께 계신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교회 방황’을 끝냈다.

성공가도 달리다

키만 삐쭉 컸다. 키 180㎝에 몸무게 55㎏. 스무 살 때 헬스 트레이너로 입문했다. 서울 청량리의 작고 허름한 헬스센터에서 준 공짜 볶음밥에 혹해 시작한 일이다.

서른 살엔 JW메리어트호텔과 W호텔에서 60여명의 트레이너와 직원들을 둔 피트니스 부서 책임자가 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트레이너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몸짱 신드롬이 한창일 때 그도 함께 유명세를 탔다. 유명인들을 만나며 교만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하나님이 그들과 만나게 함으로써 이루시고자 하는 계획과 목적이 무엇인지에 전혀 관심 없었어요. 직급이 오르면서 주일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2년 만에 그는 그동안 이뤄낸 ‘영광’을 내려놓았다. 세상에서의 성공보다 주일을 온전히 지키는 크리스천이 되고 싶었기에.

비움·채움·부름

2007년, 교회를 오래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음을 자각하게 됐다. 늘 일방적인 기도였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었다.

“저의 모든 기도는 저를 위한 안위의 기도였지 정말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비전을 바라보는 기도가 아니었어요.”

2007년 예배 중에 “주님을 따르십시오”란 말씀을 들었다. 수도 없이 들은 말이었다. 그날은 달랐다. 주님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예배 가운데 “너는 죄인이다”란 목소리도 들렸다. 지금까지는 우리 중에 누군가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님, 그 사람이 죄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너야”란 말씀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영적인 눈물이었다. 삶을 회개했다. 그리고 40일 새벽기도에 나갔다. 자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것을 보게 됐다.

“이혼 자살 우울증 재정 문제…. 유명인들도 고통이 많구나.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어려움과 고통은 다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새벽기도를 마치고 3박4일 온누리교회에서 하는 샤이닝글로리라는 수련회에 들어갔다. 왜 이 땅에 하나님이 나를 있도록 하셨는지, 나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기도하는 가운데 몸의 중심에서부터 변화와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것은 ‘비움’이었다. 섭섭했다. 사실은 채워 달라고 기도했는데. 더 이상 비울 게 없는데 무엇을 또 비워야 하나.

“마음의 정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동안 비싼 차를 타거나, 펜트하우스에 살거나, 부모 잘 만나 성공과 명예를 거머쥔 사람들을 보며 이유 없이 증오했던 마음들을 비우라는 거였어요.”

비우는 회개를 했다. 문득 비우면 하나님이 뭘 주실지, 얼마를 주실지 궁금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마음을 부어주시는 게 채움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개와 감사가 동시에 있었다. 부르심을 느꼈다. 어떤 부르심인지는 알지 못했다.

수련회에 다녀와서 우연히 TV에서 160㎏이 넘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눈물이 흘렀다. 경기도 연천으로 달려갔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상처받은 아주머니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끈질기게 7개월간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기도하며 기다렸다. 마침내 마음문이 열렸고 운동을 시작했다. 삶을 나눴다. 110㎏ 이상을 감량했다. 아주머니는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고 집사 직분을 받았다.

“기도는 영, 교제는 혼, 운동은 육이잖아요. 영혼육이 함께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임재하심을 깨달았어요.” 그는 하나님이 타인의 영혼육을 돌보라는 비전을 주시며 비움·채움·부름이란 훈련을 시켜왔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단계 이전에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음을 또한 알게 됐다.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을 이제야 정확히 깨닫게 됐다. 사랑이 없으면 믿음도 소망도 비전도 비움도 채움도 부름도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스타트레인(STARTRAIN)

간증 요청이 쇄도했다. 그의 주위로 청년들이 하나 둘 모였다. 그러나 갈 곳이 없었다. 알고 지내던 크리스천들이 돈을 내 헬스센터를 열어줬다. 형편이 될 때 상환하라며. 청년들은 스타트레인 헬스센터의 코치로, 리더로, 중보자로 사람들의 영혼육을 돌보는 역할을 감당했다.

‘스타트레인(STARTRAIN)’은 세 가지 의미가 담긴 합성어라고 했다. 첫째는 국내의 많은 스타들을 운동시키는 곳. 두 번째는 하나님이 돌보시는 모든 사람은 다 스타이며 이들이 기차(TRAIN)처럼 한 칸 한 칸 연결돼 화합하고 마음으로 교제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은 ‘스타트 레인(START RAIN)’으로 ‘성령의 비’가 그 가운데 함께 내린다는 뜻이다.

“첫 번째가 육이라면 두 번째는 혼, 마지막은 영이에요. 이곳이 많은 사람의 몸과 마음, 영혼을 치유하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는 자신과 같은 트레이너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누구라도 건강 전도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각 분야의 크리스천 전문가들이 건강한 운동법을 배워 자신이 속한 곳에서 ‘영혼육 건강 전도사’로서 살아가기를 그는 오늘도 소망한다.

글 최영경 기자·사진 김민회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