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폭동 속 기도의 불 지폈다

입력 2011-08-10 16:05

[미션라이프] 젊은이들에 의한 폭동이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교계 지도자들이 8일 밤(현지시간)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평화 기도회를 가졌다. 토트넘은 지난 주말 폭동이 일어난 진원지다.

‘평화의 철야’(Vigil of Hope)라고 명명된 이번 기도회엔 영국성공회 에드몬튼 감독인 피터 휘틀리, 토트넘 성마가감리교회 발렌틴 데지 목사 등 200여명의 각 교파 지도자들과 평신도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들은 기도회를 막기 위한 폭도들의 끊임없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참석했다.

휘틀리 감독은 “폭동은 우리가 쌓아온 희망을 결코 정복할 수 없다”며 “토트넘 재건을 위해 나아갈 때도 그 희망을 지속적으로 이웃과 함께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토트넘은 영국에서도 청년 실업률이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다. 특히 정부가 최근 75%의 젊은이 클럽을 없애는 등 사회적 서비스를 줄인 게 이번 폭동의 발단이 됐다는 게 토트넘 지역 사역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토트넘 지역 교회들은 교파를 초월해 상담, 직업 교육, 쉼터 및 음식 제공 등 젊은이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사역을 펼쳐왔다.

토트넘에서 11년간 사역한 데지 목사는 “폭동이 왜 일어났는지 아직 분명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은 불의를 치유하는 하나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호주, 캐나다, 프랑스, 케냐로부터 계속 헌금과 기도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1시간 가량 토트넘 시내를 행진했다. 토트넘 지역 교계는 폭동이 진정될 때까지 기도회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영국에서 사역했거나 사역하고 있는 한인 선교사들의 분석과 기도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 12년간 선교사역을 했던 양승호 한국CCC 목사는 “일부 흑인이나 서남아시아인들이 취업기회가 적다고 생각해 평소 가진 불만들을 폭동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영국 내 인종차별은 사라졌지만 백인들과 유색인종의 동네가 구별될 만큼 서로 교류가 없이 지내고 있는 것도 폭동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오엠선교회 소속 최종상 영국 선교사는 10일자 기도편지에서 “삶의 희망과 목적을 잃은 십대 청소년들의 약탈과 폭력이 온통 나라를 뒤집고 있다”며 “가치관과 도덕관이 무너진 영국 사회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건 그리스도의 복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