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부족, 남과 북에 도움 안돼”… 평화콘서트 여는 지휘자 바렌보임
입력 2011-08-09 21:23
“대화 단절을 음악이 막지는 못합니다. 음악이 할 수 있는 일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69)과 그가 지휘하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9일 서울 반포동의 한 호텔에서 방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15일 광복절에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장소에 30분 늦게 도착한 그는 “카메라 플래시를 꺼달라”며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남한과 북한을 포함한 모든 한국인들이 참석할 수 있는 콘서트였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DMZ에서의 (공연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번 연주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 태생의 유대인. 그가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출신 음악가들로 구성됐으며 음악을 통한 소통과 평화의 기치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 바렌보임은 ‘소통’을 강조했다.
“18세기 혹은 19세기 작품들이 마치 오늘날의 음악인 것처럼 시간을 뛰어넘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게 음악의 놀라운 점입니다. 곡이 어디서 작곡됐는지는 상관없이, 작곡가가 작곡을 끝내고 펜을 놓는 순간 그것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를 가지는 음악이 됩니다. 더구나 베토벤의 아홉 개 교향곡들은 마치 다른 작곡가가 작곡한 듯 교향곡마다 서로 다른 느낌의 언어를 표현하고 있어요.”
이번 연주회가 한국에 평화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평화의 메신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저는 저의 믿음과 생각의 결과로 하고자 하는 것을 할 뿐입니다. 정치인들이 하듯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에요. 스스로 기쁘고 뿌듯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대화의 부족은 남한에도 북한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음악학교에서 음악만 배우지 말고) 역사 철학 등을 알아야 음악이 풍부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임진각 공연 외에도 10∼12,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 예술의전당에서는 ‘합창’을 포함한 베토벤 교향곡들을 연주한다. 소프라노 조수미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지민, 베이스 함석헌 등이 협연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