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조 목사님은 아버지 같은 존재 마음 속에서 여전히 살아계십니다”… 최경주, 고인과 인연 회고
입력 2011-08-09 19:45
“하용조 목사님은 떠났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살아계십니다.”
8일(현지시간) 제93회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출전차 애틀랜타에 온 최경주(41)는 삶의 정신적 지주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목사님은 내게 아버지, 하나님과 같은 존재였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지난 2일 오전 하 목사가 소천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하고 한걸음에 귀국길에 올라 다음 날 새벽 입관식까지 고인의 곁을 지켰다. 그리고 하루 만에 미국으로 다시 날아와 4일부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했다. 결국 그는 4라운드 합계 6오버파로 59위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시합은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 목사님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 슬플 뿐이다”고 말했다.
최경주가 하 목사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은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첫 PGA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다. 95년부터 다니던 온누리교회에 그의 이름이 알려진 뒤 두 사람은 종종 ‘기도’를 끈으로 시간을 함께했다. 최경주는 “3주 전 목사님께 전화를 걸어 최경주재단 후원금 모금 행사에 가수 윤복희 권사가 오시도록 섭외를 부탁해 흔쾌히 승낙을 받았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대회 직전 한국을 다녀온 최경주의 ‘의리’는 PGA 안팎에서도 화제가 됐고, 많은 선수들이 그에게 다가와 조의를 표했다. 최경주는 아직도 충격이 크지만 첫 메이저 우승의 집념은 접지 않은 듯했다.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하게 치면 우승도 하는 게 골프”라면서 “목사님 조언대로 항상 낮은 곳에서 배운다는 겸손한 자세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