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손학규 “나는 당원이 선출한 대표… 정통성 문제 시비 말라”

입력 2011-08-10 00:30


문재인 얘기땐 반색… 박근혜 언급은 자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 논란에 열변을 토했다. 특히 대북 지원정책과 관련해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당내 진보 진영이 비판한 데 대해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야말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제일 잘 계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나는 지금도 (내 정체성에) 떳떳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대선에 대해선 “요즘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을 다 합하면 여권 주자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며 “야당이 한번 해볼 만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요즘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가 불안정해졌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가 수출중심의 대외 의존형 경제체제여서 미국이 나빠지면 곧바로 영향을 받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도 경제운용 기조를 수출·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내수·중소기업 경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를 더 키우고, 일자리를 더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당장은 경제 안정화에 주력한 뒤 경제틀 자체를 바꿔나가야 한다.”

-‘동고동락 민생실천’이라는 테마로 전국 곳곳의 현장을 다녔는데 현장에서 느낀 민생은 어떤가.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이더라. 하나같이 ‘서민들 손에 쥐어주는 게 없는데 나라 경제가 좋아지면 뭐하냐’고 하더라. 이제는 정부가 서민들에게 대답을 해줘야 한다. 줄어들고 붕괴되는 중산층을 살찌울 수 있는 비전을 내놔야 한다. 가난한 사람을 구휼하는 복지가 아니라, 사회적 일자리를 확대해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복지를 해야 할 때다.”

-민주당이 야권통합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이야말로 집권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통합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 없는 통합은 생각할 수도 없고, 또 제1야당으로서 통합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것도 민주당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 구도는 51대 49가 될 것이다. 그 때문에라도 통합을 통해 야권이 하나가 돼야 한다. 통합이 이뤄져 총선에서부터 이겨야 집권도 할 수 있다. 백조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물밑에서는 열심히 발을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있다.”

-총선을 잘 치르려면 12월 전당대회를 통해 누가 차기 당 대표를 맡아야 하나.

“12월 전당대회는 어떤 사람이 당 대표를 맡느냐보다는 전당대회 성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야권이 하나가 돼 통합전당대회로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합당이나 통합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12월 전에 충분히 통합될 것이란 목표를 세우고 있다.”

-‘문재인 신드롬’을 어떻게 보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부상은 아주 좋은 현상이다. 통합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분들이 지금 현재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는 국민들 눈으로 봐선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하나가 될 세력들이 얼마나 커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문 이사장이 부상하면서 야권의 지지율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손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가 정통성 부분이다. 특히 당 일각에서 정체성 논란도 있다.

“햇볕정책을 갖고 손학규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기도지사 할 때에도 북한에 100만평 벼농사 지원사업을 했었다. 그때 나는 한나라당이면서도 공개적으로 늘 DJ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그래서 당시 한나라당에서 ‘그럴거면 평양 가서 살라’ ‘저쪽 당으로 건너가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통성 문제도 그렇다. 지금의 손학규는 어느 날 갑자기 혼자 입당한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당원들이 선출한 당 대표한테 정통성 얘기를 해선 안 된다. 4·27 재보선 결과도 손학규와 같은 지도 노선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 아닌가.”

-손 대표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논쟁도 많이 해 친노계와 아직도 구원이 남아 있다.

“과거에 그랬더라도 지금까지 서로 반목하는 것은 아니다. 친소관계로 따지면 어려서부터 같이 친했던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지금은 미래를 향해 가야 할 때다. 어떻게 정권교체를 하고, 어떻게 하나가 될 것인가 하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통합에 아무런 장애요소가 없을 것이다.”

-4·27 분당을 보궐선거 때 지지율이 많이 올라갔다가 지금은 다시 낮아졌다.

“다 내가 부족한 게 많아서 그렇다. 그러나 나는 지금 꾸준히 국민들이 지지하고 관심을 갖고 기대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더욱더 열심히 해서 기대에 부응해 보도록 하겠다.”

-내년 대선에서 ‘시대정신’은 어떤 게 될 수 있나.

“야권의 큰 시대정신은 민주·민생·평화다.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민주주의가 모든 것의 기본이 돼야한다. 요즘 헌법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많은데,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 또 집권세력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 이것은 또 하나의 민생을 지켜주는 환경과 바탕이 돼야 한다. 이것을 위한 정책은 복지와 정의가 될 것이다. 강자독식이나 특권, 반칙이 아니라 사회적 격차를 줄이고 공정한 사회를 누가 더 잘 만드느냐가 중요한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평가해 달라.

“특정인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박 전 대표는 자기 소신과 역할이 있어서 많은 분들이 거기에 대해 지지하고 있고, 그런 것을 항상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12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와 정의의 노선이 국민에 의해 선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에서 총선 물갈이론이 많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어떤가.

“물갈이란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 단 당이 혁신하고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수용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당에 활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당에서 진통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통이 따르지 않는 변화가 있겠나. 인위적인 물갈이는 맞지 않지만, 국민과 당원들의 뜻, 시대흐름에 따라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다. 서민들이 활력을 갖고 살게 하고, 중산층과 중소기업이 튼튼해지게 하는 사회적 변화를 선도하고 상징할 사람들이 민주당 내에서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민주당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본다.”

인터뷰 안팎

손학규 대표는 주가 대폭락 사태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기업 중심의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를 중소기업과 내수기업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권 대선 후보로서의 정통성 논란과 민주당의 야권통합 노력이 게으르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 대해서는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특히 정통성 논란을 해명하는 대목에서는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고, 표정은 단호했다. 손 대표는 “정통성 문제는 (진짜) 정통성의 문제가 아니라…”라며 흉중에 담긴 말을 쏟아내려 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오늘은 거기까지만 하자”고 꾹 참았다.

야권 통합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추진해 관철시킨 4·27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무공천 사례 등을 언급하며 차곡차곡 단계를 밟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손 대표가 “(무공천) 그게 쉬운 일이었냐.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의)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모든 것을 양보했다”고 힘주어 말한 대목에서는 본인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데 대한 억울함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손 대표는 인터뷰 과정에서 ‘시대정신’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시대정신이 내년 총선·대선, 야권통합, 보편적 복지 등을 풀어낼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여기는 듯했다. 손 대표는 최근 야권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얼굴에 화색을 띠고 반겼다.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평가해 달라고 하자,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정리=손병호 엄기영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