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모두 피하네…” 간 총리 국제사회서 왕따

입력 2011-08-09 18:46

퇴진 의사를 표명하고도 두 달 넘게 총리 자리에 앉아 있는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국제사회에서 ‘왕따’ 신세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시한부’ 총리인 간 총리를 만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9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간 총리는 다음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언제 물러날지 모르는 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난색을 표하며, 회담일정 협의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 총리의 연내 중국 방문에 관한 협의도 정체 상태에 빠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음달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원전 안전 관련 정상회의에 간 총리를 연사로 초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참석은 불확실하다. 반 총장은 “간 총리가 출석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무총장이 일본 총리에게 보내는 초대장으로, 구체적 참석자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전에 총리가 바뀔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렇듯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자,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세계 3위 경제대국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무상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총리가 계속 자리에 앉아 있을 경우 외교와 내정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면서 퇴진을 촉구했다.

한편 간 총리는 국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식물총리’가 됐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 따르면 간 내각 지지율은 18%로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뒤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달 중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은 68%였다.

이런 가운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총리직이 걸린 민주당 대표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본인이 직접 출마 의사를 표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다 재무상은 반(反)오자와 그룹으로, 증세론자다. 이외에도 앞서 마부치 스미오(馬淵澄夫) 전 국토교통상이나 오자와 사키히토(小澤銳仁) 전 환경상 등이 출마 의향을 밝힌 상태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