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팔당호는 ‘쓰레기 바다’ 식수원 비상…폭우에 휩쓸려온 폐목·타이어·비닐 한달새 860t 유입

입력 2011-08-09 22:59


팔당댐 주변은 거대한 쓰레기 섬으로 변해 있었다. 계속된 집중호우로 남·북한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팔당호의 녹색 이끼와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한 달 만에 쓰레기 860t이 유입돼 수도권 2300만명 주민의 식수원 역할을 하는 팔당호 수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댐을 9일 찾았다. 물이 빠지는 역할을 하는 취수구 주변엔 빗물에 쓸려온 나뭇가지와 옷장 등 가구류, 신발, 스티로폼, 부탄가스통, 폐타이어 등이 둥둥 떠다녔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름 모를 작은 벌레들은 쓰레기 위를 날아다녔다. 나뭇가지로 한번 휘젓자 물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했다. 팔당댐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쓰레기가 많이 쌓일 땐 사람이 밟고 지나가도 물에 빠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는 오전부터 크레인이 탑재된 청소선과 집게차 10대, 직원 15명을 투입해 쓰레기 수거작업을 펼쳤다. 하루 수거된 쓰레기만 100t에 달했다. 수거된 쓰레기는 분리작업을 거쳐 경기도 광주 쓰레기 매립지로 옮겨진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팔당댐을 찾아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물 밑에 가라앉은 쓰레기도 만만찮다. 물속의 쓰레기는 물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발전을 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에 섞여 전력 생산을 방해한다. 때문에 물 밑 쓰레기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에서 맡아 처리하고 있다.

팔당댐 위에 설치된 육중한 크레인 2대는 물속 20m 지점에 쇠갈고리를 내려 쓰레기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크레인 주변엔 물속에서 건진 쓰레기들이 수북이 쌓였다. 물 위에는 가벼운 생활용 쓰레기가 대부분이라면 물 아래엔 무거운 폐목이나 물 먹은 수초류, 폐비닐 등이 주를 이룬다. 한국수력원자력 팔당발전소 함운식 차장은 “매일 2∼3차례 쓰레기를 건져내는데 많을 때는 15t트럭 두 대 분량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댐의 수문 부분에도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쓰레기는 15개 수문 중 가장 많이 열리는 11∼12번째 수문에 집중됐다. 팔당호 두물머리 인근 수변구역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유속이 변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몰리는 경우가 많다.

팔당호의 물은 수도권 상수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초당 최소 124t씩 끊임없이 하류로 흘려보내지고 있다. 여기서 걸러지지 않은 쓰레기는 한강을 지나 인천 앞바다로 그대로 흘러간다. 사실상 이곳이 쓰레기의 바다 유입을 막는 방어선인 셈이다. 지난달 27일 쏟아진 폭우로 경기도 광주·곤지암 2개 하수처리장이 침수돼 가동이 중단되면서 최근까지 하루 3만8000t의 생활하수가 팔당호로 유입됐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정책국장은 “나무나 낙엽 등 쓰레기에는 유기물질과 질소 등 호수의 부영양화를 부추기는 물질이 많아 수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국장은 “인근에 펜션 등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폐목이 빗물에 쓸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최소화하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계속 투입해야 하는 돈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는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 1064t을 처리하는 데 6000여만원을 썼고 한국수력원자력은 1억5000만원을 사용했다.

남양주=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