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패닉] 자문형 랩 ‘곤두박질’… 소수종목에 올인 안정성 취약

입력 2011-08-09 18:33

증시 급락을 타고 자문형 랩의 수익률이 나락으로 치닫고 있다. 자문형 랩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고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주가지수는 물론 펀드 수익률보다 밑도는 실적을 내고 있다.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 탓에 주가지수가 내려가면 수익률 방어에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자문형 랩은 운용사에 큰 폭의 자율권이 부여된 일종의 사모펀드로 자산편입 비율 등에 규제가 있는 펀드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채권 등 여러 상품에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 증권사가 판매한 주요 자문형 랩의 수익률은 지난 1∼5일 평균 -11.22%를 기록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집계한 같은 기간 동안의 일반 주식형펀드 수익률인 -6.52%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8.88%)보다도 손실률이 훨씬 높았다.

자동차·화학·정유 등의 주도주에 집중 투자했는데 이들 업종이 급락장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일부 상품은 차·화·정에 투자한 비중이 75%를 넘을 정도로 무리한 ‘몰빵’ 투자를 했다. 자문형 랩 시장 1위 브레인투자자문이 운용하는 한 상품 수익률은 최근 1주일간 -12.28%였다. 자문형 랩 상품은 1개월은 물론 최근 3개월 수익률도 모두 원금 손실 수준으로 나타났다.

IT주가 폭락하며 그간 안정적이라는 평을 듣던 주가연계증권(ELS)들도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 ELS는 주가에 따라 투자수익을 결정하는 파생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8일 기준으로 4021억원 규모의 ELS가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ELS 발행규모 1위인 대우증권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원금 비보장형 ELS 11종이 원금 손실 구간(녹인배리어)에 들어갔다고 공지했다. 2위인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기간 IT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9종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