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패닉] 주식 팔고, 金·국채 사고… 글로벌 자금 ‘안전자산 엑소더스’
입력 2011-08-09 22:40
글로벌 주가 대폭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글로벌 자본의 투자조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발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3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과민반응 아닌 거시적 투자조정 가능성 커”=정부는 자본이 주식에서 빠져나와 안전자산으로 흐르는 현상에 대해 “시장의 과민반응일 뿐 곧 제자리를 잡아 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의외로 오래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성태윤 연대 경제학부 교수는 9일 “유럽의 재정문제에 이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선진국이 사실상 재정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남미사례에서 보듯이 재정위기는 금융위기로 전이되고 결국 실물경제의 위축을 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최근 투자흐름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가고 있는 것은 미국의 신용등급이 장기적인 위기로 발전할 것으로 투자자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승배 HR투자자문 대표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그동안 무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던 미 국채의 위험이 높아지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위험도가 가장 높은 주식을 전 세계적으로 우선 매각하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와 우리나라 국채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도 위험자산을 처분하고 안전자산으로 자산배분을 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앞다퉈 사들이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8일(현지시간) 2.33%까지 떨어졌다(가격은 상승). 2009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채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이를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증시 대폭락에 놀란 투자자들이 안전한 피난처로 미 국채와 금을 선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주가 20% 이상 하락할 수도=실제 자본의 주식이탈은 최근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하강곡선을 긋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3조2560억원이나 순매도했다. 지난달 중순(7월 12일) 이후로 범위를 넓혀도 외국인 순매도액은 4조8000억원이 넘는다. 아시아시장에서도 7월 7일 이후 지난 3일까지 미국자금의 유출액은 1억79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와 함께 세계 주가가 ‘베어마켓’(고점 대비 주가 20%이상 하락 장세)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제금융센터는 9일 ‘세계증시 패닉, 베어마켓 진입 우려 증가’ 보고서에서 “당분간 모멘텀 부재로 세계 주가의 추가 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주가(MSCI 기준)는 최근의 주가 약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5월 2일 이후 17.7% 하락했고 추가 하락 시 2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주요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자산시장 가격 급락에 따른 소비·투자심리 악화가 경제 펀더멘털 약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권기석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