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패닉] 장하준 “금융시스템 개혁해야 더 큰 위기 극복”

입력 2011-08-09 18:40


장하준(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금융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더 큰 위기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가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돈을 덜 쓰고 세금을 많이 걷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금융 개혁의 첫 과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신용평가사들의 무능력과 냉소주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이미 나타난 것”이라면서 “그 후 신용평가사들에 대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아 지금 이런 터무니없는 일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여러 나라들이 신용평가사 말 한 마디에 민주적 토론 과정 없이 사회계약을 고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대안으로 유엔과 같은 기구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 공인 신용평가 기관을 제시했다. 이런 기관을 만들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 뿐 아니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기존 신용평가사들의 독점 구조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평가를 받는 기관으로부터 평가수수료를 받는 신용평가사의 불합리한 수수료 구조를 바꿨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어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할 경우 은행들의 일반적 조치를 상기시키면서 부도에 직면한 나라들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은 돈을 빌려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채무 만기를 좀 연장해주거나 이자를 다소 깎아준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부도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자는 의견이 제안됐다. 하지만 이른바 부자 나라들이 금융권의 로비로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게 장 교수의 지적이다.

장 교수는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도 강조했다. 복잡해서 규제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마약처럼 아예 금지시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 교수는 조세피난처에 대해 “세금 수입을 감소시키는 원인일 뿐 아니라 금융 개혁을 더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라며 전면적으로 불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