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패닉] 이젠 누구의 말도 안통한다… G7 공동 성명에도 증시 폭락
입력 2011-08-10 00:30
날개 없이 추락하는 금융시장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장 진정을 위해 나섰다가 체면만 구겼다.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도,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도 소용없었다.
◇수모 당한 오바마=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당초 8일 오후 1시(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오바마 대통령 연설문 원안에는 국가 신용등급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심각성을 인지한 백악관이 연설을 30분 뒤로 늦추며 이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오바마가 연설을 위해 스테이트다이닝룸에 들어선 건 1시52분. 이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만1034.78이었다.
오바마는 “일부 신용평가 기관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언제나 AAA 등급 국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연설했다. 8분여에 걸친 그의 연설이 끝나자 주식시장은 급락으로 답했다.
2시7분 1만1000선이 깨졌다. 1만10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장은 전날보다 634.76포인트(5.55%) 하락한 1만809.85로 마감했다. 미국 다우존스 역사 125년 만에 6번째로 큰 낙폭이었다. 오바마의 사태 파악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드러난 셈이다. WP는 “증시 급락이 오바마의 탓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시장이 그를 무시한다는 사실”이라면서 “차라리 신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고 평했다.
◇G7, ECB도 무력=유동성 공급과 환율 안정 노력을 약속한 G7의 공동성명에도 한국 증시 및 주요 아시아 시장은 이틀 연속 하락했다. 전날 크게 하락했던 유럽 주요 증시의 경우 9일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혼조세를 띠었다. 다우존스 역시 이날(한국시간 오후 11시 현재)은 반등했다. 낙폭이 워낙 컸던 데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해결책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매입에 나선 ECB는 각종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채권 매입에 대해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ECB가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 명의로 채권 매입 재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 트리셰 총재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국채 매입 조건을 담은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 개입 시비까지 낳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최대 8500억 유로가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며 “이는 인플레 견제에 초점을 맞춰온 ECB의 명성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