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패닉] 파는자, 사는자, 눈치보는 자 ‘사투의 6시간’
입력 2011-08-09 22:50
주식시장에서는 온종일 외국인 자금의 대탈출이 이어졌다. 기관은 장 초반부터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받아내느라 정신 차릴 겨를조차 없었다.
외국인은 1조1717억원의 물량을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를 장중 한때 1680선까지 떨어뜨렸다. 기관은 9112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내 지수 1800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외국인과 기관 자금의 대표 격인 연·기금 간에 혈투가 벌어진 하루였다.
◇외국인은 “셀 코리아”, 개인은 “눈치 보기”=외국인은 9일 장 초반부터 거세게 물량을 내놓으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9%, 3.68% 떨어진 채 시작됐다.
외국인은 잠시도 쉬지 않고 물량을 내다 팔았다. 장 시작 1시간 만에 2780억원을 팔아치웠고 정오 이전 이미 6264억원을 순매도했다.
결국 코스피는 개장 2분여 만에 1800선이 무너졌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자 장 시작 19분 만에 사이드카를 발동해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정지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오전 이미 1700선까지 무너졌다.
개인들은 오전 저가 매수를 통한 차익 실현 기대감에 매수세를 보였다. 장 시작 1시간 동안 1123억원가량을 순매수하는 등 정오까지 3226억원가량의 물량을 매집했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는 오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외국인은 정오∼오후 1시 1395억원, 오후 1∼2시 77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순매도 양을 줄이자 지수는 순식간에 10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인들이 문제였다. 오전 저가 매수에 나섰던 개인들은 정오 이후 지수가 1700선 근처에서 머무는 등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다시 매도 행진에 나섰다.
여기에 장 마감 1시간 동안 외국인들의 투매가 심해졌다. 외국인이 장 마감 직전 1시간 동안 던진 물량만 3500억원이 넘는다.
◇기관, “1800선을 지켜라”=기관은 심리적 지지선인 1800선을 지켜내느라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기관은 장 시작과 함께 코스피 1800선이 무너지자 2049억원의 물량을 투입했다. 그러나 오전 개인들의 저가 매수세가 이어지자 시간당 순매수 금액을 801억원, 59억원으로 줄였다. 오후 들어 개인마저 매도 행진을 시작하자 기관의 손이 바빠졌다. 기관의 시간당 순매수 금액은 오후 1시 827억원, 2시 1921억원, 2시 이후 3453억원에 달했다.
기관이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한 구간 역시 코스피 1765∼1811선 사이다. 지수대별로는 1799∼1805에서 2604억원, 1777∼1794에서 4641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 순매수 금액은 이날 기관 순매수 금액의 55.5%(5057억원)에 달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