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위기땐 현금 확보가 우선”

입력 2011-08-09 18:21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비상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올해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신규 사업 진출,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 기업들은 자금줄이 막혀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은 증시 폭락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과 수요 위축으로 실적이 급전직하할 가능성에 대비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9일 평소보다 20분∼1시간가량 이른 오전 7시45분쯤 서울 서초동 사옥에 출근했다. 이 회장은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 등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금융위기와 관련한 보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일 열리는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는 세계 경기 상황에 따른 계열사별 대응 전략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등 수뇌부들은 미국 등 현지법인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리포트들을 일일이 챙기며 향후 수출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조만간 이번 사태를 점검하기 위한 전략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LG전자는 사업본부별로 해외법인들과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3∼4개월 이후의 매출 목표 등 기존 경영 계획을 융통성 있게 재수립하는 ‘이동계획’ 점검에 착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수시로 해외 각 법인들이 보고서를 올리고 있다”며 “지역 대표들과 각 사업본부장들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승석 현대자동차 사장은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을 수시로 체크하는 한편 미국 자동차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양 사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및 더블딥 전망으로 인해 판매가 위축될 수 있지만 품질 경영과 친환경차로 돌파하겠다. 미국 자동차 수요에 변동이 올 수 있지만 공장을 줄일 수는 없다”며 미국 시장 공략을 지속적이고 공격적으로 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남미 출장을 마치고 8일 귀국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9일 정례 부문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계 경기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세계 경기 상황을 3가지로 가정해 탄력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그룹도 글로벌 변수들에 따라 시나리오 경영 전략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 중인 SK나 STX 등은 인수 자금 확보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금 현재로선 인수 자금 확보에 문제는 없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골이 깊을지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하면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명희 맹경환 기자, 이용웅 선임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