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쇼크’ 스치는 태풍이라지만 실물경제 전염땐 2011년 4% 성장 ‘가물’
입력 2011-08-09 18:21
한국 경제가 위기감에 휩싸였다. 금융시장 충격이 거세지면서 실물경제에까지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당장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경제 성장률 4.5%는커녕 4%조차 장담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세계경제가 크게 위축되지 않는 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태풍’이 길고 강력하게 불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급감, 국내 소비·투자·고용 침체 등 경기 추락의 ‘덫’에 빠질 수 있다.
◇“불안심리일 뿐”=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불확실성이 매우 커 앞날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전체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세계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우리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높고 자본·외환시장이 개방돼 단기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대외 충격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근거로 주식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외환·채권시장을 꼽았다. 시장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위기 대응력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또 우리 경제의 엔진인 수출 성장세가 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더라도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아 파급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신흥국이 71.7%, 미국이 10.1%, 유럽이 11.1% 등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거시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현재 고용·생산 등 경기 흐름이 매우 양호하고, 미국·유럽발 위기가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 물가 안정, 내수 활성화, 새로운 성장 동력 확충 등 기존 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실물경제 쇼크로 이어지나=시장 반응은 사뭇 다르다. 불안이 반복되고 길어지면 공포가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충격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소비 위축→주요국 수입 감소→국내 수출 감소→국내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에 빠진다. 각국이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 상승(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면서 환율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 경제 성장률이 올해 4%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내수 수요가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수출 수요까지 약화되면 경제 성장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경제의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을 각각 3.3%, 3.6%로 예상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3.5%를 제시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4%에 이를지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황이 악화되고 장기화된다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