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끼리 딴생각” WCC총회 준비 내셔널 코디네이터 선정 왜 못하고 있나
입력 2011-08-09 21:04
“긴급하게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본부와 일대일로 긴밀하게 총회 준비 업무를 논의할 수 있는 한국 측 코디네이터를 세워주십시오. 적어도 다음 달 4일까지는 한국 준비조직을 알려 주셔야 WCC 총무님이 실행위원회에서 보고할 수 있습니다.”(더글러스 키알 WCC 총회 코디네이터)
한국교회는 왜 WCC 총회를 유치해 놓고도 2년 넘게 사무실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개점 휴업상태에 있는 것일까. 어떤 이유로 WCC 본부 인사가 9일 김삼환 한국상임준비위원장을 만나 “내셔널 코디네이터(National coordinator)를 하루빨리 선정해 달라”고 촉구한 것일까.
◇총회 주도권 놓고 정면충돌=한국교회가 시리아를 누르고 2013년 WCC 부산총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회원교단과 비회원교단이 함께하는 성숙한 모습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오순절 교단(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총회 기획위원회 구성도 회원교단(예장 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 등) 50%, 비회원교단(기성, 예장 백석 등 복음주의 교단) 50%가 참여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문제는 NCCK 회원교단 안에서 발생했다. WCC 총회 유치에 결정적 기여를 한 예장 통합과 이번 총회를 계기로 NCCK의 과거 영광을 회복하려는 기감, 기장, 성공회가 정면충돌한 것이다. 그 정점에 내셔널 코디네이터라는 자리가 있다. 이 직책은 WCC 본부와 긴밀하게 총회 준비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영어와 국제 감각이 필수적이다.
예장 통합 쪽에선 “영어와 세계대회 진행 등 풍부한 에큐메니컬 경험을 가진 인사로 박성원 WCC 중앙위원이 적임자”라며 적극 추천하고 있지만 나머지 3개 교단은 “또 예장 통합이냐,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성기 예장 통합 사무총장은 “WCC 총회본부가 요구한 내셔널 코디네이터의 자격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사는 사실상 박 중앙위원밖에 없는데 3개 교단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배태진 기장 총무는 “WCC 총회준비가 계속 꼬이는 것은 예장 통합이 모든 것을 독식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이니 차라리 총회 준비를 NCCK 중심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어쨌든 3개 교단은 (박 중앙위원보다) 약간 부족한 인사를 추천해서라도 연합과 일치를 꾀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금 교단 따질 상황이 아니다”=현재 상황에서 복음주의권 지도자들은 대의(大義)를 위해 교단이 어디냐를 따지기보다 일단 실무자를 정해 하루빨리 총회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손인웅 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은 “NCCK 회원교단이 너무 주도하면 비회원교단 인사들은 자신이 속한 교단에서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교단보다 실무를 가장 잘 파악하고 일처리가 가능한 사람을 세워 준비를 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은 “3개 교단에선 왜 예장 통합이 독식하느냐 반발하지만 만약 NCCK 실무책임자가 그 자리를 맡는 걸 가정했을 경우 언어 문제 등으로 인해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지나친 행동을 자제하며 대의명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