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관망을… 안전자산 간접투자 바람직
입력 2011-08-09 17:56
제9호 태풍 ‘무이파’와 함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태풍도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악재로 등장한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은 주식 투자자들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글로벌 이벤트들이 앞으로도 줄줄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신중한 자세로 사태를 관망하되, 굳이 투자에 나선다면 펀드와 같은 간접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급락한 코스피가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펀드시장 함박웃음=미국발 더블딥 우려에 8일 코스피지수 1900선이 붕괴되는 등 국내 증시는 초토화됐지만, 펀드 시장만큼은 위기에 남몰래 미소짓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환매 랠리로 몸살 겪던 펀드 시장에 신규 자금이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이달 들어 5일까지 총 5659억원이 유입됐다. 지난 2일에는 잠시 주춤하며 152억원이 순유출됐지만, 증시가 본격적으로 급락 국면에 접어든 3일부터는 각각 1452억원, 1636억원, 2306억원이 순유입됐다.
주식시세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면 하락 시 수익이 나는 대안투자형 파생상품들로 투자처를 바꿔보는 것도 재테크의 방법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기초자산이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수익을 거둘 수 있게 설계된 ‘리버스마켓 펀드’ 20개는 최근 1주일간 7.13%의 평균 수익률을 거뒀다. 리버스마켓 펀드들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4.02%, 최근 1년간 -11.59%였지만 최근 급락장을 타고 수익이 증가했다.
특히 ‘인버스ETF’들의 수익 개선이 눈에 띈다. ‘우리 코세프 인버스ETF’ ‘삼성 코덱스 인버스 ETF’는 지난 2일부터 5일 사이 각각 8.26%, 8.22%의 수익률을 보였다. ‘미래에셋맵스타이거 인버스 ETF’도 같은 기간 8.15%를 기록했다. 최근 1주일간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6.67%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 펀드도 인기몰이=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주식 가치가 흔들리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투자상품으로 금 투자가 관심을 받으면서 금 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금값 3개월 전망치를 온스당 1565달러에서 1645달러로, 6개월 전망치는 1635달러에서 1730달러로 상향했다. 12개월 전망치는 1730달러에서 1860달러로 더욱 크게 올려 잡았다. 글로벌 펀드 조사기관 EPFR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상품 섹터펀드(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4억1000만 달러다.
국내에서도 금 펀드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7개 금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1개월간 10.65%를 기록하고 있다. 원자재, 퇴직연금, 녹색성장펀드 등 각종 테마 펀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수익률이다.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코덱스 골드 선물 ETF’, ‘타이거 금은 선물’ 등 금 선물 ETF들도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를 타고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대우증권 손재현 연구원은 “금은 전통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자산의 가치를 보존하는 안전자산”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금에 대한 투자매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