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세상’ 꼬집는 유쾌한 청춘영화… 인도 화제작 ‘세 얼간이’
입력 2011-08-09 17:37
‘인생은 레이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성공이란 신기루를 좇아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미신이다. 성공하려면 곁눈 팔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야 하고, 남들과의 경쟁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된 믿음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무한경쟁의 쳇바퀴 속으로 내던져진다.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고민하지도 않은 채 그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려갈 뿐이다. 그런 삶이 성공과 행복의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을까.
발리우드(뭄바이로 명칭이 바뀐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인도 영화산업을 뜻함) 영화 ‘세 얼간이’는 경쟁지상주의가 미신에 불과하다는 걸 웅변하는 영화다.
매년 40만명이 지원해 200명만 입학하는 인도의 명문대 임페리얼 공대(ICE)가 무대다. 이 대학 총장 ‘비루 사하스트라부떼’는 1등과 취업만을 강조하는 원칙주의자로 학생들이 ‘공부 기계’가 될 것을 강요한다. 한 학기에 크고 작은 시험만도 40여회. 과제 제출 기한을 넘겨 졸업을 못 하게 될 상황에 처하자 목을 매는 학생이 나올 정도다.
숨이 막힐 듯한 대학에 어느 날 엉뚱한 녀석이 들어온다. ‘란초다스 샤말다스 찬차드’, 줄여서 ‘란초’라 불리는 이 녀석은 신입생 신고식에서 기발한 방법으로 선배들을 골탕 먹이고, 경쟁과 주입식 교육을 신봉하는 비루 총장에게 반기를 든다. 란초는 창의력이 뛰어나고 과학 그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 천재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성공은 자연히 따라 온다”며 늘 “알 이즈 웰(다 괜찮아·All is well의 인도식 발음)”을 외친다.
그런 란초에게 두 친구가 있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지만 공학도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공대에 진학한 ‘파르한’과 가난한 가족들을 책임지기 위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목적인 ‘라주’. 이들은 꿈을 잃지 않은 란초를 만나면서 좌충우돌 학창 시절을 보내며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꿈을 찾아나간다.
‘세 얼간이’는 2009년 말 인도 현지에서 개봉돼 ‘아바타’를 눌렀고, 인도 영화 역대 흥행순위 1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주제는 묵직하지만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발랄하고 유쾌하다. 인도 영화의 단골 메뉴인 뮤지컬 장면에는 어깨가 절로 들썩여진다. 인도의 아름다운 풍경도 볼만하다. 란초 역은 인도의 국민배우로 불리는 아미르 칸이 맡았다. 47세인데도 젊은 대학생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는 17일 개봉. 러닝타임 141분. 12세 이상 관람가.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