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며느리’ 박윤재 “모자에 안경 쓰고 외출해도 알아봐서 신기해요”
입력 2011-08-09 17:36
요즘 아줌마들 사이엔 이 남자가 인기다. MBC 일일극 ‘불굴의 며느리’에서 남자 주인공 문신우를 연기하는 탤런트 박윤재(30). 훤칠한 키에 얼굴은 미국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를 연상시키는데, 드라마 속 배역은 ‘돌싱’ 아줌마를 사랑하는 재벌가 후계자다.
꽃미남에 맡은 역할까지 이러하니 일일극 주시청층인 중년 여성들의 마음은 달뜰 수밖에 없다. 박윤재의 인기 때문인지 드라마 시청률도 상승세다. 그간 KBS가 장악해 온 저녁 일일극 시간대는 MBC에 장악되기 일보 직전이다.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한 카페에서 박윤재를 만났다. 첫 인상은 천생 배우 같았다. 수트 차림에 잘생긴 이목구비는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꾸밈이 없고 소탈했다. 인기를 실감하는지를 묻자 “워낙 바빠서 잘 모르겠다”면서도 “모자에 안경을 쓰고 외출해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어 신기할 때가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불굴의 며느리’는 300년 된 종가 만월당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기구한 사연을 가진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시청자 이목을 사로잡는 건 신우와 오영심(신애라)의 러브라인. 신우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영심과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평범한 아줌마와 ‘훈남’ 재벌 2세의 사랑,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는데도 박윤재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랑”이라고 변호했다. “감독님하고 둘이서 ‘신우가 왜 이 아줌마를 좋아할까’라는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결론은 ‘계속 부딪히다 보면 정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남녀 관계라는 게 한순간에 확 반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다 신우라는 캐릭터는 미국에서 유학하느라 정을 많이 못 받은 인물이니 따뜻한 영심에게 사랑을 느낄 수밖에 없죠.”
사실 박윤재는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은 ‘오래된 신인 배우’다. 2002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해안선’을 통해 데뷔했고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맹가네 전성시대’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무명의 굴레를 벗긴 힘들었다. ‘불굴의 며느리’는 박윤재가 10년의 터널 끝에 만난 섬광 같은 드라마였다.
“배우의 길에 들어선 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름을 알리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도 어떻게든 견뎌보자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첫 주연작인 만큼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박윤재는 “배역을 맡게 됐을 때 감독님이 ‘네가 버티지 못하면 (드라마라는) 집 전체가 폭삭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악쓰면서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 연기엔 만족하지 못 하겠다”고 자평했다.
박윤재는 무명이었지만 이따금 온라인상에선 이름이 오르내렸던 배우다. 탤런트 채림(32)의 친동생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때는 누나의 존재가 부담이 됐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요즘 누나가 꼼꼼히 모니터링을 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줘요. 정말 혹독한 멘토예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너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이 작품 하나로 (연기 인생) 끝난다’고 말해주죠. ‘한 장면 찍을 때마다 영화 한 편을 찍는다는 생각으로 혼신을 다해라’는 조언도 해줘요. 누나의 이런 말들이 저한테 기를 북돋아 주죠. 작은 부분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